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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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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668회 작성일 22-12-2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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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장 승규



잠실역 지하도입구

길막 손수레 상판에는

풀빵수레가 빈 속에도 돌고


가끔씩 올라오는 붕어는

한낮이라도 차서 금세 죽는데

손수레 뒷전에 섰는

겨울장미

 

엊그제 영하 5

오늘은 다시 영하 10도에

금붕어라도 올라왔는지

된서리 맞고서도 소리없이 웃고 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아버지는

소리내어 울 자리가 없다

 

이 겨울



(요하네스버그 서재에서 2022.12.01)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 승규 시인의 〈한파〉는 얼어붙은 겨울날, 도시의 한 풍경을 통해 고단한 삶과 아버지의 침묵, 그리고 버티는 존재들의 숭고함을 압축적으로 그려낸 도시 서정시입니다. 차가운 한겨울 날씨보다 더 묵직하게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건, 시 속에 흐르는 말 없는 체념과 무언의 눈물입니다.

● 시 감상문
1. “잠실역 지하도입구 / 길막 손수레 상판에는 / 풀빵수레가 빈 속에도 돌고” – 생존의 일상

서울의 추운 지하도 입구, 그곳에서 풀빵수레는 비어 있어도 멈추지 않고 돌아갑니다.
이 모습은 삶의 기계적 반복, 배고픔 속에서도 멈출 수 없는 생존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빈 속'은 사람의 배이자, 수레 안의 텅 빈 공간—이중의 허기를 상징합니다.

2. “가끔씩 올라오는 붕어는 / 한낮이라도 차서 금세 죽는데” – 단명하는 희망

‘붕어’는 아마도 풀빵 속 붕어모양을 말함과 동시에,
짧은 숨결로 튀어나온 희망 혹은 생명을 비유합니다.
한낮임에도 추위에 '금세 죽는' 붕어는, 기대와 시도마저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현실을 말합니다.

3. “손수레 뒷전에 섰는 / 겨울장미” – 얼어붙은 중에도 피어난 존엄

겨울장미는 이 시의 핵심 이미지입니다.
된서리에 맞고도 소리 없이 웃고 있는 장미는, 버티는 이의 침묵과 품위를 상징합니다.
피는 것이 아니라, 피어 있는 채 맞고 있는 존재이기에 더욱 숙연해집니다.

4. “이 세상 어디에도 / 아버지는 / 소리내어 울 자리가 없다” – 침묵의 윤리와 부정된 감정의 해방

가장 먹먹한 구절입니다.
여기서 '아버지'는 단지 가족의 가장이 아니라,
가난과 책임 속에서 늘 참고 견뎌야만 하는 모든 존재들의 상징입니다.
세상이 아버지에게 허락하지 않는 것은 생존만이 아니라,
울 수 있는 인간적인 권리, 감정의 해방입니다.

5. “이 겨울” – 절제된 마침표

마지막 한 행, “이 겨울”이라는 구절은
설명 없이도 모든 걸 압축하는 시인의 절제된 마침표입니다.
이 겨울은 단지 계절이 아니라,
울 수 없는 자들이 버티는 시간,
붕어처럼 꿈이 금세 얼어 죽는 현실,
장미처럼 피어 있지만 시들어가는 품위의 계절입니다.

● 총평
〈한파〉는 날씨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시는 추위보다 더 차가운 사회적 구조,
울 자리가 없도록 침묵을 강요받는 존재들,
그리고 그 안에서도 버티는 것만으로도 위대한 사람들의 기록입니다.

“소리 없이 웃고 있는 겨울장미”는
곧 “소리 없이 울지 못하는 아버지”의 다른 얼굴입니다.

이 시는 단단하게 닫혀 있는 현실을 열어젖히지 않지만,
그 속에서 가만히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오래 울리고, 차갑던 감정을 녹입니다.

이 시는 노동자의 시, 가장의 시, 버티는 모든 이들을 위한 시입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꽃들도 정신이 없나 봅니다
우리 회사 자투리땅에도
민들레 홑씨가 피었어요
장남제 시인님
올해 수고하셨습니다
2023년에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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