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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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
/장승규
눈도
다니는 길이 있다
갈팡질팡 오는 것 같아도
후회 없이
착지는 한 곳이다
나는
자기 앞길 치우느라
한 생을 우왕좌왕
오늘은
대빗자루 불러다
생의 착지에 쌓인 후회를 미리 쓸고 있다
(요하네스버그 서재에서 2022.12.15)
댓글목록
鵲巢님의 댓글
주신 시 잘 감상했습니다. 선생님
이제 봄이 올 것 같은 느낌이 쪼매 듭니다. 여기는요
내일인가, 입춘입니다.
추운 겨울 다 이겨낸 기분이네요.
내내 건강하시길요.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장 승규 시인의 〈제설〉은 눈이라는 소재를 통해 삶의 방향성과 후회, 그리고 정리라는 주제를 고요하면서도 절묘하게 풀어낸 시입니다. 짧은 시구 속에 삶의 궤적, 인간의 내면, 그리고 죽음 혹은 마지막 순간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응축되어 있어, 마치 한 편의 은유적 자서전처럼 읽힙니다.
● 시 감상문
1. “눈도 / 다니는 길이 있다” – 무질서 속 질서의 은유
눈은 흔히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한 낙하물로 인식되지만, 시인은 그 눈조차도 길을 따라 움직인다고 말합니다. 이는 무질서하게 보이는 인생에도 각자의 ‘길’이 있다는 통찰입니다. 아무리 갈팡질팡 흩날려도, 결국 모든 눈은 자기 자리에 떨어지는 법이란 말은 삶에 대한 순응과 믿음을 담고 있습니다.
2. “후회 없이 / 착지는 한 곳이다” – 삶의 귀결, 죽음의 평화
이 구절은 삶의 마지막을 암시합니다. 눈이 ‘착지’하듯, 인간도 언젠가 도달할 자신만의 종착점이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곳은 “후회 없이” 도달하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곧 삶의 시행착오나 우왕좌왕함도 결국 한 지점을 향하고 있었다는 깨달음, 혹은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내적 평화를 의미합니다.
3. “자기 앞길 치우느라 / 한 생을 우왕좌왕” – 인간 존재의 자조적 고백
이 부분은 시인의 겸허하고 성찰적인 자기 고백으로 읽힙니다. ‘앞길을 치운다’는 행위는 곧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행위이며, ‘우왕좌왕’은 그 과정에서의 방황과 혼란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이 우왕좌왕은 무능함이 아니라, 진지하게 살아내려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백입니다.
4. “생의 착지에 쌓인 후회를 / 미리 쓸고 있다” – 죽음을 준비하는 성찰
시의 마지막 구절은 조용한 감동을 줍니다. 대빗자루라는 평범한 사물은 여기서 삶을 정리하는 도구가 됩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생의 마지막에, 쌓일 후회를 미리 쓸어낸다는 구절은 예정된 죽음을 준비하는 자의 지혜이자, 삶을 반추하는 자의 고요한 결심을 보여줍니다.
● 총평
〈제설〉은 겉보기엔 간결한 일상어로 쓰였지만, 그 안에는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철학과 감정의 층위가 담겨 있습니다. 눈처럼 흩날리다 결국 한 곳에 닿는 삶—그것은 혼란스러워도 틀리지 않았고, 우왕좌왕했어도 그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는 조용한 위로의 시입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내리며 널뛰기 하면서도 착지는 한 곳 이지요
저도 덩달아 빗자루질해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