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둘이 걸을 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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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둘이 걸을 땐
서승원
반 걸음만 앞서 걷기로 해요
옆에서 나란히 걸으면 서로 살갗이 스칠 때마다 돋아나는 가시에 찔려 후끈 달아올라 와요
(언젠가 그녀와 우산 속에서 함께 걸은 적이 있지요. 그날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이 내 팔을 찔렀어요 뾰족한 건 우산 촉이었는데 날 찌른 건
물컹 부드러운 그녀의 가슴살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어떤 찰나는 영원에 갇히고 말죠)
뒤에서 걸으면 내가 허기진 짐승으로 변할까 봐 무서워져 와요
(이런 이야기가 있죠. 이 선을 넘어오면 짐승이야 선을 안 넘고 조용히 잠만 잔 사내에게 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 그래요. 뒤에 있으면
늘 앞선 것들이 뒷담화에 잡아먹히죠 아니요. 여자는 말로 잡아먹을 수 없어요. 상대가 안 되니까요 하지만 어떻게든 여자도 먹히죠)
멀리 떨어져 걸으면 밤하늘 보름달 보듯 한없이 심심해져 와요
(보름달이 뜨면 아시죠. 수컷들끼리 모여 술을 마셔요 마시고 토하고 마시고 토하고 안주는 그래요. 안주는 여자를 외쳐요 왜 안 줘
왜 내겐 안 줘! 철없죠. 결국 술 떨어지고 안주도 없죠. 어렸을 때 일들이라고요 나는 아직 어려요 어쩜 평생 어릴지도 몰라요. 술은
그때처럼 못 마시지만 심심해지는 건 변함이 없죠)
그녀가 평생 함께 걷자고 와요
웃으면서 울면서 와요 아프게도 오고 위험하게도 와요 펄펄 끓는 주전자로도 오고
차가운 얼음으로도 와요
나를 먹자고도 오고 내게 먹이를 주려고도 와요. 어제도 와요. 오늘도 와요. 내일도 와요
아니 지금도 와요 벌써 와 있어요
그러나 끝까지 나란히 걷는 건 꿈 속에서나 바라기로 해요
설령 죽도록 사랑한다 해도 그래야 해요 꼭
어쭙잖은 시 쓴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아내가 와요 어서 잠이나 자라고 내일 출근 안 하냐고...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그냥 함께 걸어요.
후끈 달아오르는 것도 한 때니까요.
자다가 일어나서라도 시를 쓰자구요.
출근은 해야지요.ㅎ
제어창님의 댓글의 댓글
시는 늘 쓰고 싶지만 써질 때가 있고 영 안 써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시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요
그렇지만 잘 못 써도 아예 안 쓰는 것보다는 써 보려고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제 자신에게... 감사합니다~~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이보다 더 잘 써서 뭐하시려고?
시로 밥 먹고 살기는 애시당초 때를 잘못 타고 낳고,
"야 이놈들아 시는 이렇게 쓰는 거야" 라고 일갈하시려고
글은 제 흥에 겨운 거라 정답이 없는 거라
그저 쓰면 되지 싶네요
제어창님의 댓글의 댓글
네 저도 그저 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써지질 않아서 탈이지요
꾸준히 쓸 수 있는 힘을 길러야겠다고 생각 중입니다
몇 달 쉬다 보니 요즈음은 막 이것저것 써보고 싶어진 상태입니다~
가을 모임 떄 건강하신 모습으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요즘 도통 그님이 오시질 안으니
서시인님 파이팅 입니다
제어창님의 댓글의 댓글
그 님이 올 땐 막 오고 안 올 땐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고 그러더라구요
올 때 써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