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묽은 먹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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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35회 작성일 25-08-25 17:09

본문

묽은 먹물

 

 

 

 

먹물이긴 먹물이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 그림 되거나 글씨가 되지 못했다

유생이었던 할아버지 벼루에서 튀긴 먹물은

지워지지 않고 바라기만 했다

먹물의 흔적은 마을에서 유일하였으므로

오가는 편지와 문서의 대독이나 대필은 당신의 몫이었으니

그게 거드름과 게으름의 마중물이 되었다

떨치고 나가

자의든 타의든 접었던 날개 활짝 펴고

넓은 창공 한껏 날아보고 싶은 적은 있었을까?

제 이름을 갖지 못한 옅은 먹물은

글씨가 되기에는 더 갈아야 했고

그림이 되기에는 짙은 먹물과 어울림이 필요하였으나

개구리처럼 우물 구멍으로 올려다 보는 하늘이 전부였다

날기는 날았으나

드높은 창공이 아닌 손바닥만 숲이었으니

울울한 나무들과

가족이라는 질긴 인연에 얽힌

날개를 퍼덕여 숲을 벗어나기에는 먹물의 색깔이 너무 옅었다

묽은 먹물은 나름 편리하기는 하였으나

밥은 되지 못하였으니

아홉 식구 머리에 인 엄마의

차오를 대로 차오른 숨 터질세라 내뱉은 것은

음을 잃은 현() 하나 갈아 끼우기 위함이었다

늘 수동적이었으므로 마지못해 맹물을 들이켰다

마시고 마셔도

화제를 쓸 만한 여백은 되지 못하였고

겨우 도서 하나 찍을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60년대
예전엔 먹물이 든다는 게 예삿일이 아니었지요.

맑은 먹묵인들 쉬웠겠습니까?
그 당시
모두 부모님의 희생 위에 만들어진 것 아니겠습니까.

香湖김진수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먼옛날 서당이라도 다녀 한글과 한문을 배워 먹물 들었다고
평생 사랑방 지키시다 날개 한번 펴보지 못하고
어머니 고생만 시키시다 훌쩍 떠난 아버지 얘기입니다
지금 나를 보니 그 아버지에 그 아들입니다
어찌 그리 닮아가는지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옛날에는 그랬죠
좀 배웠으면 대필도 해주고
휙 휙 한문도 잘 쓰고는 하여
지방이나 만장 같은 것도
저의 동네에도
환이라는 친구 아버지가 그랬는데
시 잘 읽었습니다,

제어창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희집도 아버지가 어머니 고생만 시키시다 돌아가셨습니다
오랜 병수발을 하셨고 어머니가 벌어 자식들 먹여 살리셨지요~
오래 전에 어머님도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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