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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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외진 산기슭에 오래된 흙집이 있다.
산이 산이 된,
관심마저 졸아들어 일 년 만이다.
무척 외로웠나 보다.
잡초에 잡다한 나무들까지 불러들여 함께 지내신 거 보니
뒤덮인 풀은 일 년 내내 나눈 대화이지 싶다.
웃자란 섶은 진지한 이야기라
생전의 성정처럼 할아버지보다 할머니가 더 마음 끓였나 보다.
지나고 보면 하찮은 일이 마치 엄청난 일인 양 어설프게 부풀려져 키를 늘렸다.
생각이 생각을 키웠으니 불면의 밤이 허다했겠다.
웃자란 이야기 베어내며
요즘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전한다.
어쩜 내 이야기가 한 해 동안 살아갈 양식일터 깊이 갈무리해놓고 곱씹을 거다.
진지한 이야기 베어내고 나니 기죽어 넙죽 엎드려 있던 하찮은 이야기가 고개를 든다.
불경스러운 손자의
튼금없는 샛노란 옛이야기에 할아버지는 할머니 눈치를 살피며 쉬쉬한다.
할머니가 저만치 떨어져 있어 다행이다.
옛사람은 사랑도 예스러운가! 한 집에 들어서도 사랑채 안채다.
저간의 이야기는 모르겠으나 어머니한테 들은 얘기로는 할머니의 뜻이었다 하니 짐작하건대,
한 번 맘 떠난 사랑은 가까운 듯 멀고,
제때 구하지 못한 용서는 영원히 평행선이지 싶다.
예나 지금이나.
댓글목록
김용두님의 댓글
화장하면 조상들과 연결이 끊어지고
매장하면 조상들과 계속 연결된다는 말이 있는데요...
시를 읽으니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비록 돌아가셨으나 마음만은 통하고 있네요.
긴 시지만 좋은 표현들로 지루함이 전혀 없습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김진수 시인님
박미숙님의 댓글
사람을 알고 시를 대하면요.... 참 좋은거 같아요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