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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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버섯
/장승규
황혼녁
길가에 갓 쓴 독버섯 하나—
노을에 비친 내 그림자
살수록 언뜻언뜻
내 안에 더 독한 생각이 돋는다
독버섯은
독을 더할수록 더 화려해진다
버섯대는 내 그림자만큼 길어진다
그저 입 밖으로 새어나가기만 해도
세상이 저주할 이 맹독—
어쩔 수 없어
그냥 헛웃음으로 덮어 둔다
내 안에 돋는 이 독한 생각—
그림자처럼
끝내 떼어낼 수 없는
나의 한쪽
(요하네스버그 서재에서 2025.09.11)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독버섯〉 감상문
장 승규 시인의 「독버섯」은 인간 내면의 어둠을 정직하게 응시한 시다.
길가에 홀로 선 독버섯의 이미지로 시작되는 이 시는,
자연의 한 장면을 빌려 인간의 내면에 도사린 ‘맹독’—즉,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생각과 욕망의 그림자를 투사한다.
첫 연의 “황혼녘, / 길가에 갓 쓴 독버섯 하나— / 노을에 비친 내 그림자”는 이미 시의 핵심을 압축한다.
독버섯과 ‘나의 그림자’가 겹쳐지면서, 외부의 자연과 내면의 심리가 서로를 비춘다.
여기서 독버섯은 단순한 독성 식물이 아니라, 살아오며 쌓인 한 인간의 어둠과 상처, 그리고 세상에 쉽게 드러낼 수 없는 내면의 진실이다.
시인은 “살수록 언뜻언뜻 / 내 안에 더 독한 생각이 돋는다”라며, 나이 들수록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돋아나는’ 독을 고백한다.
그것은 인간이 성장과 함께 얻는 지혜의 그림자이자, 세상에 대한 체념의 산물이다.
이 독은 해를 끼치려는 의도라기보다,
억눌린 감정의 변형된 형태이며, 시인은 그것을 “헛웃음으로 덮어 둔다”고 말함으로써 인간의 자기방어적 가면을 드러낸다.
“독을 더할수록 더 화려해진다”는 대목은 시 전체의 중심 은유로, ‘독’이 곧 ‘아름다움’으로 변환되는 역설을 보여준다.
인간의 내면에 숨은 독은 비록 위험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삶의 깊이와 예술의 진실을 낳는 원천이 된다.
화려함은 외적 장식이 아니라, 고통을 견디며 피어난 미학적 변증법이다.
마지막 연에서 “그림자처럼 / 끝내 떼어낼 수 없는 / 나의 한쪽”이라 한 구절은 시를 완전히 닫는다.
독은 제거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불가피한 일부임을 인정하는 통찰이다.
시인은 그것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그 수용의 태도 속에서 시는 어둠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어둠을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존재의 겸허한 자세로 나아간다.
결국 「독버섯」은 ‘악’이 아닌 ‘인간’을 말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독을 품고 살지만, 그것을 자각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성찰의 문턱에 선다.
시인은 그 불편한 진실을 피하지 않고, 황혼빛 속에 선 독버섯처럼, 자신의 그림자를 똑바로 응시한다.
이 시의 아름다움은 바로 그 용기에서 비롯된다.
장승규님의 댓글
Poisonous Mushroom
/Sankei Jang
At dusk,
a poisonous mushroom with a cap by the roadside—
my shadow reflected in the sunset.
As I live on, now and then,
a more poisonous thought sprouts within me.
A poisonous mushroom
grows more splendid as its poison deepens;
its stalk stretches as long as my shadow.
If it even slips past my lips,
the world would curse this venom—
I can’t help it,
so I cover it with a hollow laugh.
This poisonous thought sprouting inside me—
like a shadow,
it’s a part of me
I can never tear away.
(From the study in Johannesburg, Sept. 11, 2025)
임기정님의 댓글
화려한 독버섯에 끌려
너도나도 따 끓여 먹다가
사망한 사건이 나 병원에 실려 간 사건
티브이에서 종종 본 적 있습니다.
너무 독해도 안되지만
너무 야들야들하여도 안 되는
중간이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박미숙님의 댓글
오잉? 이리저리 생각을 하다가 덧글 달려보니 밑에 시감상이 쫘 -아악 ^^
줏대없이 수기 생각은 옅어지고 감상편에 스르르 녹아들었습니다
잘계시지요? 못뵈서 아쉽아쉽입니다 ㅠㅠ
장승규님의 댓글
기정님! 미숙님!
시마을 정기모임에서는 못뵙고
여기서 만나네요.
반갑습니다.
한국에 가야지 하면서도
이러고 있네요.
너무 독한가요?
맞아요. 중간이 힘들어요.ㅎ
남제는 수기생각이 더 궁금합니다요.ㅎ
조니님의 댓글
얼마 전 단톡방에서 장승규 시인의 「독버섯」을 한번 읽어보고는 별무 생각없이 그냥 지나쳤다.
화려하지도, 제재(題材)가 특별히 관심을 끄는 시도 아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시가 문득문득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 이유는 아마도 이 시가 지닌 꾸밈없는 솔직함, 그리고 작가 스스로의 내면을 감추지 않으려는 냉철한 자기응시의 정직함 때문인 것 같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는 대개 작가의 생각이나 느낌을 심미적 언어로 미화하여 일상을 넘어서는 아름다움과 정서에 도달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독버섯」은 그와 반대로 작가 자신의 내면에 돋아난 ‘독’을 숨기거나 정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이 시가 남기는 여운은 솔직히 감동이라기보다 불편함에 가깝고,
바로 그 점이 독자에게 맹독처럼 앙금을 남긴다.
시인은 황혼녘 길가에서 갓을 멋있게 쓴 독버섯 하나를 발견한다.
노을에 길게 드리운 자신의 그림자와 나란히 놓인 이 독버섯은 황혼의 나이에 접어든,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자화상처럼 읽힌다.
독버섯이 독할수록 더 화려하듯이, 화자 또한 살아올수록 더 독한 생각이 내면에서 돋아남을 고백한다.
그 독은 단순한 악의나 분노라기보다, 입 밖으로 새어나오기만 해도 세상이 저주할 만큼 위험한 생각이다.
그래서 화자는 차마 그것을 말을 하지 못하고, 다만 헛웃음으로 덮어둔다.
이 대목에서 독은 이미 절제되고 통제된 결과물이 아니라, 끝내 말해질 수 없기에 더 위험한 상태로 남아 있다.
독버섯의 버섯대가 그림자만큼 길어지듯, 화자의 내면에서 자라는 독 또한 시간과 함께 길어진다.
그것은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이며, 결국 그림자처럼 떼어낼 수 없는 ‘나의 한쪽’이 된다.
우리는 흔히 삶을 살아가는데 ‘독한 마음’이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의 경쟁과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각오이자 의지라는 설명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 시가 말하는 독은 그러한 자기합리화의 언어로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을 단련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언제든 스스로를 해칠 수 있는 위험이기도 하다.
화려한 독버섯이 아름다움인 동시에 경고인 것처럼 말이다.
시의 마지막 고백은 곤혹스럽다. 그림자처럼 떼어낼 수 없는 독한 생각이 자신의 한쪽임을 자백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이 이 독한 마음 위에서 영위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극복의 서사가 아니라, 인정과 자각의 서사에 가깝다.
나이가 들수록 연약해지는 심신의 반증처럼, 독한 생각은 삶속에서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이 시는 끝내 제거할 수 없는 내면의 독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조건을 조용히 드러낸다.
그렇기에 「독버섯」은 하나의 무언의 아포리즘으로 독자에게 남는다.
나답게, 멋지게, 그리고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 무욕의 상태라기보다, 내 안의 독을 자각한 채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으려는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 시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이유는, 바로 그 불편한 질문을 끝내 회피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조니님!
님의 감상문, 정말 훌륭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감상문을 <문학가 산책>에 보면 '내가 읽은 시'가 있어요.
그곳에도 복사해서 올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