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리 홍매화 > 시마을동인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시마을동인의 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장승규 박미숙 이승민 박용 최정신 허영숙 임기정 조경희
이명윤 정두섭 이종원 김부회 김진수 김용두 서승원 성영희
문정완 배월선 양우정 윤석호 정연희 김재준 신기옥  

쌍화리 홍매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72회 작성일 26-03-09 13:01

본문

쌍화리 홍매화

                          (이육사 '광야' 시비 앞에서)/장 승규



더러는 가고 아니 오더라만

부지런한 계절은 벌써 다시 왔다


계모 같은 얼음장 아래에서 자란


아직 다 녹지 않은

쌍화리 계곡에 홍매화로 피어서

가고 아니 오는 님을 목 놓아 부른다


산야에 부르는 소리는

멀리 가는 듯 

바삐 메아리로 돌아오는데

백마 타고 떠난 초인은 가고는 아니 오고


시비만 

덩그러니 높다


(요하네스버그 서재에서 2026.03.09)


*쌍화리: 경북 안동 도산면 쌍화리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문

홍매화가 부르는 이름 — 〈쌍화리 홍매화〉를 읽고

장승규의 시 〈쌍화리 홍매화〉는 한 편의 풍경시로 시작하지만, 읽을수록 역사와 기억의 층위가 조용히 겹쳐지는 시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쌍화리, 이육사의 「광야」 시비 앞이라는 구체적 장소는 이 시의 정서를 단순한 자연의 묘사에서 역사적 사유로 확장시킨다. 시는 계절의 순환과 인간 역사의 부재를 대비시키며, 돌아오는 자연과 돌아오지 않는 인간의 이상 사이의 간극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시의 첫머리는 담담하다.
“더러는 가고 아니 오더라만 / 부지런한 계절은 벌써 다시 왔다.”
여기서 이미 시의 핵심 대비가 놓인다. 사람은 떠나면 돌아오지 않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되돌아온다. 자연의 시간은 성실하고, 인간의 시간은 단절된다. 이 두 시간의 차이가 시 전체의 정조를 결정한다.

이어 등장하는 구절,
“계모 같은 얼음장 아래에서 자란 / 봄”
은 이 시의 가장 강렬한 이미지다. 보통 봄은 따뜻한 어머니의 품에서 태어나는 계절로 그려지지만, 이 시의 봄은 “계모 같은 얼음장” 아래에서 자란 존재다. 사랑받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처럼, 봄은 냉혹한 세계를 견디며 올라온다. 이 이미지는 단순한 계절 묘사를 넘어, 억압과 시련 속에서도 끝내 피어나는 생명의 의지를 암시한다.

그 봄은 쌍화리 계곡에서 홍매화로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 얼음이 다 녹지 않은 계곡에서 먼저 피어나는 홍매화는 마치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처럼 보인다. 시인은 그 꽃을 통해 “가고 아니 오는 님”을 부른다. 이는 단순한 연정의 대상이 아니라, 돌아오지 않는 어떤 역사적 존재를 향한 호출이다.

그러나 그 부름은 응답을 얻지 못한다.
“산야에 부르는 소리는 / 멀리 가는 듯 메아리로 돌아오는데.”
이 구절에서 시의 정서는 한층 깊어진다. 부르는 소리는 멀리 퍼지지만 결국 메아리로 되돌아온다. 누군가를 부르지만 그 부름은 세계 속에서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공허한 울림이 된다. 여기서 시는 자연의 장면을 넘어 역사적 침묵의 풍경을 보여준다.

마지막 연에서 시는 조용한 낙차를 만든다.
“백마 타고 떠난 초인은 가고는 아니 오고 / 시비만 / 덩그러니 높다.”
「광야」에서 기다려졌던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은 끝내 오지 않는다. 대신 남아 있는 것은 시비, 즉 기억의 돌뿐이다.
인간의 이상은 사라지고, 그것을 기리는 표식만이 산야 위에 남는다.
이 장면은 추모의 감정이 아니라, 역사적 부재를 바라보는 담담한 인식으로 읽힌다.

이 시의 아름다움은 과장된 감정이나 직접적인 찬양에 있지 않다.
시인은 위대한 시인을 기리기보다, 그를 기다리던 시대와 오늘의 시간을 나란히 놓는다.
자연은 매년 돌아오지만, 역사 속에서 기다리던 존재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홍매화는 여전히 붉게 피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Red Plum Blossoms at Ssanghwari

(Before the stele of Yi Yuk-sa’s “The Wilderness”)/ Sankei Jang


Some depart
and never return—
yet the diligent seasons
never forget to come again.

Spring,
raised beneath a stepmother-like sheet of ice.

Around the valley of Ssanghwari
has fully thawed,
it blooms into red plum blossoms
and cries out for the beloved who left
and never returns.

The voice calling across the hills
seems to travel far,
only to return as an echo—

the transcendent one who rode away on a white horse
has gone
and does not return.

Only the stone stele
stands there,
lonely and tall.

(Written in the study in Johannesburg, 9 March 2026)

*Ssanghwari: a village in Dosan-myeon, Andong, Gyeongbuk, Korea.

Total 1,049건 1 페이지
시마을동인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049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4-15
1048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4-09
1047
하루 살이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04-04
1046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04-02
1045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3-31
1044 하올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03-24
1043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3-24
1042
새소식 댓글+ 2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3-21
1041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3-20
1040
동행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3-11
1039
달집 댓글+ 3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3-10
열람중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3-09
1037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03-05
1036
AI 한강 댓글+ 2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3-04
1035
가시의 꿈 댓글+ 6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02-27
1034
폐가를 읽다 댓글+ 4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6 02-25
1033
오늘의 근무 댓글+ 2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2-25
1032
의미 댓글+ 5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2-19
1031
동박새 댓글+ 9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2-18
1030
당번 댓글+ 6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2-14
1029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 01-26
1028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01-24
1027
낙타3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 01-20
102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 01-11
102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01-11
1024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 01-09
1023
환승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12-27
102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 12-17
1021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 12-16
1020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12-12
1019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12-12
1018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12-04
101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11-29
1016
월정사 물확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6 11-27
1015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11-18
1014
비츠 풍차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11-16
1013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11-14
101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11-11
1011
독버섯 댓글+ 7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 11-05
1010
아마존 댓글+ 4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11-04
1009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11-02
1008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 10-28
1007
지성의 숲 댓글+ 1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 10-23
1006
은어들 댓글+ 1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 10-23
1005
흑장미 댓글+ 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 10-18
1004
벌초 댓글+ 2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10-16
1003
그러게요 댓글+ 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 10-15
1002
어떤시위 댓글+ 1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 10-11
1001
오늘이시여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 09-29
1000
어떤 단막극 댓글+ 2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9 09-2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