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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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장 승규
너만 가거라
가다가 힘들거든
세월아!
너도 쉬거라
난
예서 쉬었다 가리
(요하네스버그 서재에서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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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규님의 댓글
감상문 〈동행〉
장승규의 짧은 시 〈동행〉은 몇 줄의 언어로 시간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담담하게 드러낸다.
시는 거창한 수사도, 장면의 장식도 없다. 대신 한 인간이 길 위에서 세월에게 건네는 한마디 말로 이루어져 있다.
그 말은 놀랍게도 원망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오히려 다정한 배려다.
보통 우리는 세월을 “흐르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람은 그 흐름에 떠밀려 늙고 결국 사라진다고 느낀다.
그러나 이 시는 그 익숙한 인식을 조용히 뒤집는다. 여기서 세월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길을 걷는 동행자다.
다만 이 동행은 순종이나 의존의 관계가 아니다. 시인은 먼저 “난 / 예서 쉬었다 가리”고 말하며 스스로의 자리를 정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세월을 향해 “가다가 힘들거든 / 너도 쉬거라”고 건넨다.
이 한마디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세월이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건네는 말, 바로 그 점에서 이 말은 깊은 역설을 품는다.
멈출 수 없는 시간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붙잡는 것도, 거스르는 것도 아니다.
다만 먼저 길가에 앉아, 그 지나가는 존재를 향해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일이다.
이 시의 미덕은 바로 그 담담한 태도에 있다.
죽음을 비극으로 과장하지도 않고, 철학을 설명하려 하지도 않는다. 대신 길 위의 한 장면을 조용히 남겨 둔다.
먼저 멈춰 선 한 사람이, 멈출 수 없는 세월을 향해 말을 건네는 장면이다. 그 장면은 읽는 이의 마음속에서 오래 머문다.
결국 〈동행〉은 삶을 오래 걸어온 사람이 도달한 하나의 태도를 보여준다.
세월은 싸워 이겨야 할 적도, 붙잡아야 할 대상도 아니다.
그저 함께 걸어온 길동무이며, 동시에 끝내 멈추지 않는 존재다.
그리고 죽음이란, 그 길동무보다 조금 먼저 쉬어 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짧은 시는 말보다 여백으로 사유를 전한다.
읽고 나면 시는 끝나지만, 독자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길이 이어지고 세월은 계속 걸어간다.
그래서 이 시는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다.
멈출 수 없는 것에게 건네는 한마디 다정함이, 시간과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천천히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장승규님의 댓글
Companionship
by Sankei Jang
Go on ahead.
Here
I will rest.
If the road grows hard,
Time,
you too might rest.
(At the study in Johannesburg, 11 March 2026)
제어창님의 댓글
마음이 쉴 곳을 찾고 있습니다
몸은 아직 더 부려야 하지만 마음만은 가끔씩이라도
편히 쉴 곳을 찾게 되네요
몸과 마음이 동행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제어창님!
몸과 마음의 동행도 어려운데
세월과 나의 동행이라니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지요.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그래 줬으면 좋겠는데
다리도 없는 세월은 고장도 없네요
건강이 잘 지내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