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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리운 날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135회 작성일 26-04-28 08:38

본문

당신이 그리운 날은

                        /장승규



당신이 그리운 날은

다짐처럼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밤하늘을 잘라다

마루에 깔고 엎드리면

한없이 쓸 것만 같던 사연

펜보다

가슴이 먼저 젖고 말아


밤새

쓰다가 구겨버린 편지는

하나 둘 주인 없는 별이 되어

캄캄한 마루에 하얗게 흩어지고


밤하늘에 별만큼 쓰고도

끝내 마저 쓰지 못한 사연은

뜬금없이 찾아오는 통증이 되고 맙니다


당신이 그리운 날은

약속처럼

하늘에 별이 가득합니다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문: 장승규의 〈당신이 그리운 날은〉을 읽고

이 시는 그리움을 ‘행위’로 보여준다. 단순한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이 “편지를 쓰는 일”로 반복되는 의식처럼 드러난다.
“다짐처럼 /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라는 고백은, 그리움이 우연이 아니라 스스로 이어온 내면의 습관임을 말해준다.
이때 쓰기는 완성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끝내 닿지 못하는 과정 그 자체다.

시의 중심 이미지는 밤하늘과 마루이다.
“밤하늘을 잘라다 / 마루에 깔고 엎드리면”이라는 장면에서 하늘은 내면으로 내려오고, 시인은 그 위에 엎드려 기도하듯 글을 쓴다. 
그러나 “펜보다 / 가슴이 먼저 젖고 말아”라는 구절처럼, 감정이 언어를 앞질러 결국 편지는 완성되지 못한다.

“구겨버린 편지”가 “주인 없는 별”이 되는 발상은 이 시의 핵심이다.
전하지 못한 말들이 별이 되어 흩어진다는 상상은, 아름다움과 상실을 동시에 품는다.
그리고 끝내 쓰지 못한 사연은 “뜬금없이 찾아오는 통증”으로 남아, 그리움이 사라지지 않고 몸 안에 머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시에서 그리움의 대상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돌아가신 부모님일 수도 있고, 멀리 떨어진 고향의 부모님일 수도 있으며,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있다.
오히려 이 모호함이 시를 더 넓게 만든다. 누구나 자신의 그리움을 그 자리에 겹쳐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약속처럼 / 하늘에 별이 가득합니다”라는 구절은,
그리움이 개인의 감정을 넘어 반복되는 삶의 리듬처럼 확장됨을 보여준다.
결국 이 시는 ‘쓰지 못함’의 시이면서, 바로 그 미완성 때문에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리움의 본질을 조용히 드러낸다.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On Days I Long for You
                                        by Sankei Jang

On days I long for you,
as if it were a vow,
I write you a letter.

Cutting a piece of the night sky,
spreading it on the wooden floor, I lie down—
thinking I could write without end,
yet before the pen,
my heart grows wet first.

All night
the letters I crumple and discard
become ownerless stars, one by one,
scattering white across the darkened floor.

Though I write as many words
as there are stars in the sky,
the stories I fail to finish
return, unannounced, as sudden aches.

On days I long for you,
as if it were a promise,
the sky fills with stars.

제어창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밤새워 편지 쓰던 나날들이 생각나네요 특히 군 생활을 할 때는 참 편지를 많이도 썼던
기억이 납니다
이젠 편지가 유물이 되어가는 시대라..
지나간 것들이 그리워만 지네요~~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래된 시를 다시 가져왔습니다.

곧 출판되는
본인의 단편소설집 <길이 되어 누워보니>(시몽 5부작)에 '맺음 시'로 넣었어요.

제어창님!
감사합니다.

무의(無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뜬금없이 찾아오는 통증'도 시들해지는 요즘,
'마저 쓰지 못한 사연'이 뭐가 있나?
그리워할 당신이 있기는 있나?


생각합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맞습니다
누구가 그리워질때 밤 하늘의 별을 보곤 하였지요
그 별들이 모여 까마득한가 봅니다
귀한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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