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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꽃 시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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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윤석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856회 작성일 19-05-28 14:13

본문

새벽 꽃 시장에서

 

윤석호

 

 

꽃을 생각한다

어둠 속

꽃잎 다 떨어져도

고개 숙이지 않는 어떤 꽃을 생각한다

 

맨 얼굴로 태양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꽃밖에 없다

밑바닥 서러움을 겁 없이 건져 올려

씻고 말려서 장만한 원색의 깃발들

태양은 하루 종일 불을 옮겨 붙인다

타오르지 않게 눈부시지 않게

빛이 색이 되어 봉오리 가득 차오른다

 

이제 출발할 시간,

 

붙잡혀 있던 뿌리를 쳐내고

한밤을 가로질러 새벽의 집결지로

어떻게 얇아빠진 꽃잎 몇 장 안에

이토록 뜨겁고 빛나고 화려한 것을 품을 수 있나

 

새벽에서 아침 사이

사람 사는 세상 마음 문을 열고 들어가

색을 다시 빛으로

꽃이 다가설 수 없는 곳은 없지만

꽃 아니면 다가설 수 없는 곳으로

눈물 넘어 웃음 넘어 꽃잎 다 떨어질 때까지

꽃은 시들어도

불은 어느새 사람들 가슴속에 옮겨붙는다

 

꽃을 생각한다

어둠의 뚫고 나와

태양을 깨워 불을 붙이고 맨 처음 세상으로 내보낸

어떤 위대한 꽃을 생각한다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윤석호 시인님!!!
오랫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꽃들도 그 얼굴을 돌아갔거나 돌아가고 있지만
그 불씨는 옮겨붙어서 계속 꽃을 피우고 불을 옮기는 일을 지속하는 것 같습니다.
꽃의 현장에서 맡은 향기는 얼마이고 또 웃음으로 가져온 꽃은 얼마인지 행간에서 찾아봅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꽃잎이 볼품없이 다 져 버린 마당의 장미를 보면서
참 덧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시를 읽으며 마음이 움찔하네요, 잘 감상했습니다.

윤석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윤석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종원님,서피랑님 따뜻한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것도 없이 게을러서 글도 자주 올리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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