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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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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하올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494회 작성일 24-05-14 21:31

본문

첫눈

 

열심히 이정표를 따라 잡아도

겨울 한계령쯤에 잘못 들어

주저앉게 되는 날이 있지

꽃게탕을 시켜놓고 바라보는 건너산 고사목

쓰러져야 할 것들이

쓰러지지 않는 것을 바라보면

제 몸을 태운 불길을

다시 토하는 숯불의 뜨거움이 느껴진다

한계가 길을 잡아두고

밥을 내놓는 일

비등점이 꽃게의 등딱지에 그리는

붉은 꽃을 바라보는 일

그 검은 마음 조각들로 숯불이 일렁인다

여기쯤이었다지

보부상들이 동태를 짊어지고

한계령 칠흑을 넘다 몸이 얼기 시작하면

조금씩 비상가루을 삼키던 곳

그 비상가루같이

격렬한 흰 발광체의 벌레들이

고사목에 달라붙어 눈송이를 매달고 있다

이 꽃은 북방 한계선이 없다지

슬픔은 좋은 전도체라서

흉진 등을 따라 고압이 흘러온다

이 감전으로 알전구에 빛을 가득 채울 수 있을까

그리고는 넘치고 흘러서

산아래 비탈쯤에서

맵고 둥근 알을 품은 새파란 마늘밭을 지나

잘못 우회전했던 길을 더듬어 나갈 수 있을까

마음의 내림차순 맨 아래까지 

첫눈이 다다른다

댓글목록

하올로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하올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먹고 사는 일이 대단히 내세울 것은 아니겠으나, 가볍지만은 않아서
그것을 핑계 삼고 나들이 다니는 것처럼......

그때마다 어깨를 툭툭 쳐주신 동인님들께 감사드리며
옛글으로나마 인사올립니다

최정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만에 만나는 그때를 새삼스럽다 하지 않겠어요
낯선 듯 익숙한 그리움이 때로는 정이겠지요
기왕 디딘 보폭이 넓으면 어떻고 드문하면 어떠리요
함께라면 더욱 맛있게 끓을 것을 알기에...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슬픔은 좋은 전도체라서
흉진 등을 따라 고압이 흘러온다

역시 멋있어요.
이 멋, 왜 그리 오래 묵여두었을까요?
먹고 사는 일이라...
무슨 음식을 먹고 사시기에 시보다 좋은 전도체였을까요?

잘못 우회전했던 길을 더듬어 나갈 수 있을까?
잘 찾아 오셨습니다.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첫눈/김재준

 
이런 날이 있지

열심히 이정표를 따라 잡아도
겨울 한계령쯤에 잘못 들어
주저앉게 되는 날이 있지

........

이때쯤이겠지
마음의 내림차순 맨 아래까지
첫눈이 다다른 때는


-------
무슨 일이 있어
쓰러지고 싶었을까?
숯불처럼 붉게 타버리고 싶었을까?
비상을 삼키고 싶었을까?

그 슬픔 이기고 다시 돌아와 준 김재준님!
매운 마늘밭을 지나면서
잘못 우회전했던 길 더듬어
잘 찾아 오셨습니다.

여기가
마음의 내림차순 맨 위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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