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되어 누워보니 > 시마을동인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시마을동인의 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장승규 박미숙 이승민 박  용 최정신 허영숙 임기정 조경희
이명윤 정두섭 김재준 김부회 김진수 김용두 서승원 성영희
문정완 배월선 양우정 윤석호 신기옥 이호걸 양현근 

길이 되어 누워보니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379회 작성일 25-05-31 03:46

본문

길이 되어 누워보니                   

                              /장 승규



네가 가만히 걸어 들어온 그날부터
나는 길이 되었다


길은 목적지가 아닌 줄 안다

머물지도 않고
돌아오지도 않고
하물며 돌아보지도 않고
모두들 자기만의 한 더미 시간을 지고, 이고
바삐 지나간다


누군가의 무게는
길을 더욱 단단하게 하였고

누군가의 갈망은 길을 넓히었다


늦가을 이 길에

가랑가랑 울면서 지나가는 가랑잎 하나


어느 봄날

길가에 들고 섰던 그 수수한 꽃

아! 그것이 너의 고백이었구나



(요하네스버그 서재에서  2025.05.30)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Lying Down on the Path
                                    /Sankei Jang

Since the day you walked in quietly,
I became a path.

A path is not a destination itself.
No one lingers,
No one returns,
No one even looks back.
Bearing their own heap of time and longing,
Each hurries past

Someone's weight made the path firmer
Someone's longing made the path wider.

On this path late autumn,
A single maple leaf weeps as it passes.

That day in spring,
The flower that you held still by the pathside
Ah, that was your confession.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 승규 시인의 시 「길이 되어 누워보니」는 말없는 기다림과 존재의 깊이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아름다운 명상시다.
시의 화자는 네가 조용히 걸어 들어온 그날부터 스스로 ‘길’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 한 구절만으로도 이미 시인은 ‘길’이라는 상징을 통해 자신을 타인의 여정에 내어준 존재로 승화시킨다.

길은 목적지가 아닌 줄 안다. 그저 ‘지나는 곳’일 뿐이다.
머물지 않고, 돌아오지 않으며, 심지어 돌아보지도 않는다.
시인은 무심히 스쳐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 속에서도 각자가 ‘한 더미 시간’을 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바삐 지나가는 이들은 삶의 무게를 짊어진 존재들이고, 길은 묵묵히 그 무게를 감당하며, 말없이 그들의 시간을 받아낸다.

그러나 길로서의 존재는 단순한 희생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그 지나침 속에서 더 단단해지고, 더 넓어졌다.
누군가의 무게는 그를 견고하게 했고, 누군가의 사랑은 그를 넓혔다.
스스로 깔려 누운 자리가 타인의 슬픔과 사랑을 받아내며 더 깊은 존재로 변해간다. 이것은 곧 ‘참된 만남’의 형상이다.
타인의 삶이 내게 남긴 흔적이 곧 내 존재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가장 아름답고 인상적인 순간은 마지막 연이다.
“늦가을 이 길에
울고 지나가는 가녀린 몸매에 단풍 한 잎
어느 봄날, 길가에 들고 섰던 그 꽃
아!그것이 너의 고백이었구나”

단풍과 봄꽃, 계절을 넘나드는 이 상징은 지나간 사랑의 시간이 뒤늦게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을 보여준다.
시인은 자연의 미세한 움직임 속에서 감정의 진실을 포착한다.
단풍 한 잎의 눈물에서 봄날의 고백을 떠올리는 시적 직관은 너무도 섬세하고도 아련하다.
그것은 아마, 지나간 사랑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사랑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그 늦은 깨달음의 울음일 것이다.

이 시는, 살아오며 우리가 얼마나 많은 길을 지나왔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길이 되어 주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세상을 지나가는 모든 발자국들 속에서 누군가는 조용히 울고 있고, 누군가는 사랑을 흘리며 지나간다.
그 모든 지나침이 내 안에 스며들어 나를 더 크고 깊게 만든다.

장 승규 시인의 이 작품은 짧지만, 그 여운은 길다.
길이 되어 누운 존재의 내면은 말없이도 많은 것을 품고, 많은 것을 전한다.
이 시는 우리 모두가 잠시 멈춰 서서, 누군가의 길이 되어주었던 자신의 시간을 들여다보게 하는 조용한 초대장이다.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profile_image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돌아보면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위해 길이 되어주지 못했는 것 같습니다
고백하자면 실패한 연극일 뿐입니다
주인공은 커녕 조연도 아니었습니다
지나가는 행인에 불과한
다만 누군가에게 폐 끼치지 아니하고 스쳐지나는 행인이었다는 것으로 스스로 위로 합니다.
좋은 날 되십시요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산청에 있을 때 산을 올라 길인 줄 알고
따라갔는데 엉뚱한 곳이라 그 이후부터
표식을 하면서 갔던 기억이 있네요
길이란 인생과 같다고 생각해 봅니다
시 잘 읽었습니다. 회장님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정님!
인생길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그 길에도 표식을 하고 다니세요.

언제 돌아가는 길 잊으면 어떡해요.ㅎ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작노트  <길이 되어 누워보니>

안녕하십니까? 시인 장승규입니다.

〈길이 되어 누워보니〉는
어느 순간, 제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면서 문득 발아된 시입니다.

우리는 흔히 길을 ‘어딘가로 가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길은 어디로 가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지나가도록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이 시의 발아점입니다.

그날 이후 저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누구를 위해 길이 되어 본 적이 있는가?
아내에게? 가족에게? 이웃에게? 내 동포에게?

누군가의 발걸음이 나를 밟고 지나가고,
그 무게로 내가 단단해지고,
그 갈망으로 내가 넓어지고 있다면
나는 이미 누군가를 위한 길이 된 것이 아닐까요?
아내가, 가족이, 이웃이, 내 동포들이

이 시에 나오는 가랑잎 하나, 그리고 어느 봄날의 수수한 꽃은
이 길이 기억하는 지난 사랑의 흔적입니다.

아내가, 가족이, 이웃이, 내 동포들이 남긴
그 작은 흔적들 속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진정한 사랑은
수수한 꽃이 그러하듯 스쳐 지나가도 오래 남는다는 것을

그래서 이 시는 어떤 결론이나 다짐이 아니라,
하나의 깨달음에 가깝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이 시를 소리로 다시 건네주신 낭송가 이종숙님과 정나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저는 이렇게 묻습니다.
"나는 오늘 누군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인가?"

감사합니다.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작노트  〈길이 되어 누워보니〉 (책용 축약본)

〈길이 되어 누워보니〉는
어느 순간, 내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면서 문득 발아된 시다.

우리는 길을 어딘가로 가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길은, 누군가가 지나가도록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문득 묻게 되었다.
나는 누구를 위해 길이 되어 본 적이 있는가?
아내에게, 아들에게, 이웃에게, 그리고 내 동포에게.

누군가의 발걸음이 나를 밟고 지나가고,
그 무게로 내가 단단해지고,
그 갈망으로 내가 넓어지고 있다면
나는 이미 누군가를 위한 길이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가랑잎 하나,
그리고 어느 봄날의 수수한 꽃은
이 길이 기억하는 지난 첫사랑의 흔적입니다.

그 남은 흔적들 속에서 비로소 알게 된다.
누군가의 진정한 고백은
수수한 꽃이 그러하듯 스쳐 지나가도 오래 남는다는 것을.

그래서 이 시는 어떤 결론이나 다짐이 아니라,
하나의 깨달음에 가깝다.

나는 오늘
누군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인가?

Total 1,051건 1 페이지
시마을동인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051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 08:38
1050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4-26
1049
우선순위 댓글+ 2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4-25
1048
날 풀리면 댓글+ 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4-15
1047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4-09
1046
하루 살이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04-04
1045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 03-31
1044 하올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3-24
1043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3-24
1042
새소식 댓글+ 2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3-21
1041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 03-20
1040
동행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 03-11
1039
달집 댓글+ 3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3-10
1038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 03-09
1037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3-05
1036
AI 한강 댓글+ 2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03-04
1035
가시의 꿈 댓글+ 6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02-27
1034
폐가를 읽다 댓글+ 4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02-25
1033
오늘의 근무 댓글+ 2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02-25
1032
의미 댓글+ 5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2-19
1031
동박새 댓글+ 9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2-18
1030
당번 댓글+ 6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02-14
1029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01-26
1028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01-24
1027
낙타3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1-20
102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01-11
102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01-11
1024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1-09
1023
환승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 12-27
102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12-17
1021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 12-16
1020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12-12
1019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12-12
1018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12-04
101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 11-29
1016
월정사 물확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11-27
1015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11-18
1014
비츠 풍차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 11-16
1013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 11-14
101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 11-11
1011
독버섯 댓글+ 7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11-05
1010
아마존 댓글+ 4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11-04
1009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11-02
1008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 10-28
1007
지성의 숲 댓글+ 1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 10-23
1006
은어들 댓글+ 1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 10-23
1005
흑장미 댓글+ 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10-18
1004
벌초 댓글+ 2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 10-16
1003
그러게요 댓글+ 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1 10-15
1002
어떤시위 댓글+ 1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 10-1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