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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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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홍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99회 작성일 21-01-09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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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폐철길 따라 녹슨 레일 위에 가만히 귀를 대고 엎드려 있었다  


형체를 알 수 없는 소리

눈치가 눈치를 부르는 소리

늦은 밤 뒷간의 달걀귀신 울음소리

그냥 그저 웅, 하고 귓불에 닿아 밋밋하게 울려 퍼지는

 

따분하고 지루한 아이는 바닥에 깔린 침목을 사뿐사뿐 밟기도 하고 폭 좁은 레일의 표면 위로 폴짝 뛰어올라 균형 잡기 놀이도 하고 지친 다리를 폈다 오므렸다 하며 소실점을 향해 달려갔다


신기루 같은 그 길가 너머엔 철길은 끊어지고 시꺼먼 옹이투성이 할머니의 골방 처럼 맵기도 하고 싸한,

코를 찌르는 살냄새 같기도 한 주름살 짙게 패인 고목 아래로 연보랏빛 얇게 수놓은 꽃잎이 소나기처럼 퍼붓는 어느 봄날 오후


나는 주머니 속에서 트랜지스터라디오를 꺼내 들었다


지지직거리고 주뼛거리며 신경이 곤두서는 소리에 손을 머리 위로 올려보기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보기도 하고 어른 두어 명이 깍지를 끼고 안아봐도 품에 들지 않는 늙은 팽나무 주위를 빙글빙글 맴돌았다


그 순간 약하고 미세하게 들려오는 소리, 싫은 듯 싫지 않은 소리가 조금씩 가늘게 흘러나왔다


내 어머니의 자장가처럼 보드랍고 따뜻하고 편안한 소리

내가 잘못했을 때 야단치시는 어머니의 날 선 회초리 휘는 소리

스티로폼이 찍찍거리며 뾰족하게 소름 돋으며 시멘트 벽에 갈리는 소리

월급날 술 취한 아버지를 향해 날아드는 양은 냄비 찌그러지는 소리

왠지 낯설지 않은 낮은 울림이 공중에 뚫린 바람구멍으로 빨려 들어갈 무렵


나는 집 앞 골목길을 유유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내 유년의 어느 하루가 교무실 옆 국기 게양대에 펄럭이는 태극기처럼 나부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1-01-18 14:10:39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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