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둥오리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청둥오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6회 작성일 24-01-03 09:44

본문

청둥오리 




아침이면 습관처럼 연못으로 나간다. 첫째는 건강을 위해서 못둑길을 걷기 위함이고 둘째는

400년 정자가 밤새 안녕하신지 선조님을 직접 뵙는 심정으로 못둑길을 돈다. 바람이 좀 차갑

기는 하지만 요즈음은 연못에 청둥오리가 출연을 하는 바람에 재미 하나가 추가되니 궁금하

여 옷깃을 여미며 즐거운 마음으로 산책을 나간다. 앙상한 연대蓮臺사이로 유유히 연못을 누

비는 청둥오리 가족들을 보면 나도 한 때 올망졸망 가족을 이루고 행복했던 지난날에 잠긴다.


그해 여름은 무던히도 더웠다. 아내가 다급한 목소리로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시골에서 전

화가 왔는데 아버지가 기침이 심해서 읍내 외과에 가서 가슴사진을 찍었는데 폐암이 많이 진

행된 것 같다는 의사의 진단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서울에 있는 큰병원이라도 가서 정밀진단

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의견도 같이 전해왔다는 것이었다. 60대 중반의 비교적 건강하셨던 체

질이어서 청천벽력이었다.


되돌릴 수 없이 멀리나간 병고의 상황때문에 수술 한 번 못하고 시골집으로 철수한 가족들은

침통한 마음을 뒤로하고 야위어 가는 아버지를 위해 최선을 다짐했고 소문에 쫓아다니며 폐암

에 좋다는 것은 안 해 본 것이 없을정도로 정성을 다했다. 솔잎을 방에 깔아 주무시면 산소가

많이 배출되어 병든폐를 소생시켜준다는 말에 뒷동산에 올라 자루자루 한가득씩 매고 오기도하

고, 민들레뿌리를 갈아 드시면 항암에 좋다고해서 동네골목길에 노랗게 핀 민들레뿌리의 씨를 

말리기도 했다. 삼복더위는 지칠줄 몰랐고 병은 야금야금 타고 있었다.


더위가 수그러질 때쯤 청둥오리가 환자의 기력을 회복시켜서 암세포를 죽여준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이어서 실낱 같은 희망이 일어섰다. 그러나 이 한여름에 어디를

가서 추운 겨울에만 날아오는 청둥오리를 구할 수 있단 말인가. 사나흘을 읍내 보양식 집들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다. 지치고 지친 여름해가 기울어 갈 때 우리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문천가에 있는 허름한 가게에 앉아 막걸리 한 잔을 하고 있는데 주인이 우리가 나누는 얘기를 들

었는지 꿩요리하는 친구집이 있으니 그 집으로 가보라는 것이었다. 꿩은 주로 겨울에 잡아 냉동

시켜 놓고 년중 장사를 하니 같은 鳥類이기도 하고 혹시라도 모르니 가보라는 얘기다. 물어 물어 

찾아 간 꿩요리 가게에는 과연 냉동이 된 한 주먹도 안 되는 청둥오리 한 마리를 주인이 들어 올

리며 담배연기를 시원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그 작은 한 마리를 탕으로 푹 고아 놓으니 희끄무레한 국물이 마실만 하셨는지 땀을 흘리며 한 그

릇을 다 드셨다. 실 같이 풀어진 오리살들도 한 가닥 한 가닥 맛있게 다 드셨다. 그 후로 3일만에

돌아 가셨다.


연못에 청둥오리들이 평화롭다. 그 귀한 청둥오리가 쌍쌍히 무리지어 노닌다.

문득 아버지가 보고 싶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864건 10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594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 01-05
열람중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 01-03
1592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 01-02
1591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8 12-30
1590
가버린 세월 댓글+ 2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 12-29
1589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5 12-26
1588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12-25
1587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 12-21
1586 피플멘66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 12-19
1585 피플멘66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 12-18
1584 피플멘66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12-18
1583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4 12-11
1582 피플멘66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 12-07
1581 데카르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8 12-05
1580
졸혼의 계절 댓글+ 2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7 12-02
1579
금뱃지 댓글+ 4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8 11-28
1578
가을 바람 댓글+ 5
들향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7 11-26
1577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11-24
1576 피플멘66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 11-23
1575 데카르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11-22
1574 데카르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11-18
1573 데카르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11-13
1572 세잎송이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 11-12
1571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 11-07
1570 뜬구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 11-06
1569 피플멘66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11-05
1568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7 11-05
1567 피플멘66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 11-04
1566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 11-03
1565 피플멘66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0 11-0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