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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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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허영숙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9건 조회 1,210회 작성일 18-08-06 09:49

본문

 

도라지꽃 비화 / 허영숙

 

 

박 씨의 농장에는 개가 네 마리 있다

암컷 한 마리에 수컷 두 마리

술 먹으면 개만도 못해 아내에게 개취급 받는 박 씨까지

 

수컷 한 마리는 과묵하지만 한번 덤비면 진짜 개 같은데

개소리만 크지 개 같지 않은 놈도 있어

개 같은 놈 눈치 바깥을 맴돌기만 하다가

암내를 맡으려고 할 때만큼은

개 같지 않은 놈도 개 같은 놈에게 달려들곤 했다

 

그래도 생일이라

동동주로 남편을 또 개로 만든 아내

거르고 난 술지게미가 아까워

개 같거나 개 같지 않거나 개는 개니까

개들에게 골고루 나눠 준 것이 問題

 

취한 수컷 두 마리가 앙칼지게 물어뜯고

싸우다가, 개 같은 놈은 지쳐 잠들고

개 같지 않은 놈은 비틀비틀

높이가 있는 도랑에 떨어져 피 흘리며 기절한 것이 答

 

비몽사몽 취해 개보다 더 개가 된 박씨

개가 죽은 줄 알고

그만,

구덩이에 개를 파고 산을 묻어버리고

 

취한 뒷산은 도라지꽃을 울컥울컥 뱉어내고

댓글목록

허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허영숙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바쁜 일들이 많아
시집 속의 시로 동인들께 안부 전합니다

얼마나 깊은 가을을 주려고 이리 더운지요

건강관리 잘 하십시오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
시인을 알고 시를 읽으면 즐거울 때가 있다. 예전엔 겉으로 보기엔 새침한 것 같았는데 딸아이 시집 보내고, 곧 할머니도 될 것이라서, 요즘 만나면, 어느 한편으론 투사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시는 시인의 성격 바깥으로 돌출한 경우가 드문데, 좀 낯설게 개,를 엄청 풀어 놓은 개판 오분 전 한 편을 읽는다. 갑장끼리는 아무것도 안해!가 우리의 인사법이지만, 친절하고 야무지고 싹싹하다.
이 시인의 시는 크게 과장이 없다. 오래된 내공으로 찬찬하게 세밀하게 관찰하고 쉬운 언술로 깊이 있는 시를 적는 시인이다. 시인이 젊게 사는 방법은 젊은 시를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뭐 이런 식으로 간단히, 아는 척하며 광을 팔았는데 독자들이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서피랑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죽은 줄 알고
구덩이에 개를 파고 산에 묻어버리고,

선배님한터 이렇게 낯설고 대담한 시의 근육이 있는지
예전엔 미처 몰라뵈서 죄송,

멋졌습니다. ^^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흐~
천만다행
저 아시죠 딱 끊은거
딸꾹.
맛깔나게 그려 주셔서
부채질 할 틈도 없이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허영숙 시인님

성영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성영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개 소리만 크지 개 같지 않은 놈...
술을 핑계삼아 괜한 객기를 부리는
순진?한 개들도 많지요.
이런 시도 쓰시다니 화끈하시네요.
역시 멋져요. 허영숙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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