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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글자들 / 박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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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03회 작성일 15-07-07 13:05

본문

불타는 글자들

 

   박지웅

 


도서관에는 쓸데없이 많은 정숙이 근무하고 있다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은 그들을 선량한 직원으로 여기지만

사실 그들은 국가에서 심어놓은 비밀요원이다

바닥에 매설된 요원 사이를 통과하지 못한 자들

힘차게 걷던 한 시민의 발목은 화단에서 발견되었다

보라, 우리가 국가를 불렀을 때

국가는 우리에게 와 꽃이 되어 주었다

캄캄한 꽃, 침통한 꽃이 피어 있는 국가

국가의 지하에서 자란 꽃들이 낭자하게 피어 있는 사월

깨어진 글자들이 유리조각처럼 깔려 있는 사월

우리는 격실에 갇혀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호출하였으나

정숙에 적의를 드러내지 않은 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사월에 국가는 묵음이었으니

사월에 국가는 침대에 누워 꽃이나 피웠으니

이제 누가 창을 깨고 들어가 침몰한 사월을 인양할 텐가

소곤거리는 사이에 정숙은 어김없이 나타나

엄숙하게 경고하고 바닥에 매복한다

경솔하게 움직이지 마라 제자리를 지키고 지시에 따르라

, 살아 있는 것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만이 살아 있는 것이다

불타는 글자를 종이컵에 담고 우리는 행진한다

적막이 낭자한 이 사월에


—《시사사2015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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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부산 출생
2004년  《시와 사상 》신인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너의 반은 꽃이다』『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2017년 '천상병 시(詩)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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