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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는 날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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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5회 작성일 24-12-2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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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는 날

=송재학

 

 

    우리는 어디에서 헤어지는가 혼백의 아목구비가 이럴까 꽃나무 아래 유령의 손짓에 이끌리는 꽃잎들, 낙화하면서 꽃이었던 기억은 죄다 빗물에 씻겨버렸는가 붉은색 마저 헐벗었구나 향긋한 꽃잎이 아니라면 익숙한 서체인거지 어디에서 왔느냐 묻지 않고 어디 가느냐 묻지 않는다 꽃잎을 도려낸 얇은 입김에 얹혀 혓바닥에 앉은 종기처럼 납작 엎드린 슬픔, 검은 바위에 부적처럼 붙어 있다가 문득 혼과 백의 입말로 나뉘어 또 어딘가 흩날리겠지 너라는 영혼은 안간힘이기 전에 우선 꽃잎 또는 아껴놓은 꽃잎이 남았기에 우리는 어디에서 다시 만난다는 거지 꽃잎이면서 자꾸 무엇을 가리키는 열 개의 손가락은 반드시 챙기면서

 

   문학과지성 시인선 525 송재학 시집 슬프다 풀 끗혜 이슬 34p

 

   얼띤 드립 한 잔

    꽃과 꽃잎이 삶을 대변한다면 검은 바위와 열 개의 손가락은 차변이겠다. 차변은 왼쪽이고 죽음을 상징한다. 죽음에서 피어오르는 색깔은 단연코 붉음이다. 그 붉음이 어떤 이목구비를 갖출지는 사실 검은 바위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검은 바위는 허공에서 혼백으로 떠돌다가 꽃잎처럼 산화할 뿐이다. 그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는 모르나 확실히 비처럼 흘러내린다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시를 시인의 마음을 누가 알까! 그러므로 어떤 모습으로 내비쳤던 그것은 하나의 종기며 안간힘으로 들러붙은 부적과 별달리 말이 없다. 헤어진다는 것, 그래도 한 번은 만남이 있었다는 것에 인연과 추억을 가지면 어떨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한때 삶은 풍족했으니까, 그것이 비였던 정이었던 손가락의 중심만 잃지 않으면 된다. 한없이 꽃이 진다. 검은 바위처럼 굳은 타이어는 아직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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