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인 날이면 =금시아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창조적인 날이면
=금시아
아마 한때
안개이거나 노을이었을지도 모를
흉터와 얼룩 가득한 저 몸빛,
하염없이, 우두커니,
저 아래 아득한 호수 언저리를
오래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헉헉 기슭을 올라오는 먼 산 그림자와도
유독 친근해진다지
그 커다란 몸에서 물풀과 물고기 떼 헤엄치거나
다슬기들 흥얼흥얼 기어다니고
아무리 닦고 문질러도 마른 살갗에서
물이끼 향 진동하는
창조적인 날이면,
새들도 곤충들도 그 몸에 들어 은밀히
사랑을 하고 간다지
삐뚤빼뚤한 고대 문자 같거나
벌레가 한입 베어 먹고 남긴 것 같은 문양들
넝마처럼 피어있는 총성들은
애면글면, 오묘하고 신비한
단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지상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꽃들의 미로라지
총알 바위*,
전장을 지나는 계절의 모진 배후에도
그저 묵연하고 처연한 그 이름,
시간은 무위, 라고 부른다지
* 강원 춘천 배후령에 있는 총알 바위
《문장 웹진》 2026년 5월호
금시아 1961년 광주 출생. 2014 《시와표현》 시, 2022 《월간문학》 동화 등단. 시집 『고요한 세상의 쓸쓸함은 물밑 한 뼘 어디쯤일까』『입술을 줍다』『툭,의 녹취록』 단편 동화집 『똥 싼 나무』 산문집 『뜻밖의 만남, Ana』 시평집 『안개는 사람을 닮았다』.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글은 창조의 중심에 서 있다. 하루가 하루를 대하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부터가 고민이다. 밤새 어둠은 가고 아침은 또 있었으니까! 세상은 점점 로봇으로 대체되고 노동은 죽은 지 오래됐다. 그리움의 호수는 문명이 생겨난 이후부터 우리가 상상한 그 이상의 규모로 와닿기만 하고 거기 배 한 쪽 띄울만한 자리는 너르기만 하다. 시간은 많은 거 같은데 여유는 없는 사회, 한 치 앞을 분간하기도 어려운 시간은 더욱 각박한 공간만 만든다. 시제로 쓴 창조創造에 창創은 곳집 창倉에 칼 도刂와 더불어 이루어진 글자다. 칼에 피가 묻은 상황은 먼저 다친 것으로 시작을 알린다. 칼을 대지 않고는 무엇이든지 자를 순 없다. 단호한 결정決定도 마음에 칼을 대야 한다. 깊은 상처가 생길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것이 눈이든 비든 마음의 곳집을 단호하게 긋고 간 칼이 있었다. 마음의 마중물은 쉽게 구할 수는 없는 법 오묘한 시간은 넝마처럼 시간을 긁는다. 지상은 미로 같은 꽃들로 붐비고 삶의 전장은 한 종지의 물도 참 귀한 시간에 국가는 또 그 한 종지를 대신한다. 요식업종 구제를 위한 특례자금. 이 자금에 목메는 자영업자가 많을 것이다. 다 쓰러져가는 자영업자 세계에 얼마만의 시간을 벌어다 줄 것인가! 노화의 시간은 빠르고 젊음의 공간은 넉넉한 가운데 누가 이 자리를 채울 것인가! 탈북이 아닌 탈세에 관건은 무엇인가? 물을 더 태운다고 구멍 난 양말에 굿이 제대로 먹힐까 말이다. what’s up? oh nothing. 오늘도 총알처럼 허전한 가슴을 꿰뚫고 지나간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