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통해 일상의 삶을 꽃피워라 / 한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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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통해 일상의 삶을 꽃피워라 / 한승원
거대한 산봉우리처럼 장엄하되 웅숭깊은 숲과 골짜기를 지니고, 골짜기에서 솟아 강물 되어 흘러가되 스스로가 한 방울 한 방울의 샘물로 된 것임을 잊지 않고, 해바라기처럼 활짝 피어 해를 품에 안되 자기가 지난해의 한 알맹이의 꽃씨였음을 잊지 않고, 어머니의 자궁 밖으로 나오듯 고향을 벗어나되 고향의 개천과 어머니의 자궁을 잊지 않고, 고향으로 되돌아와 자기를 깊이 가두되 고향의 울타리에 갇히거나 얽매이지 않고, 한 이성을 사랑하되 그 이성의 품속에 갇혀 달콤한 맨살을 탐하려 애쓰지 않는다.
일상을 평이하게 살되 그 속에서 삶을 꽃피우려고 애써야 한다. 그것이 나의 글쓰기이다.
〈예문〉
그해 가을의 어느 날 한밤중에, 나는 덕도 모퉁이의 들판에 있는 숙부네 논에서 거룻배에다 벼를 산처럼 쌓아 싣고 혼자서 바닷길을 노 저어 마을 앞 선창으로 향해 갔다.
산 같은 볏짐으로 말미암아 뱃머리 앞쪽을 가늠해볼 수 없었다. 짐작으로 방향을 잡아 노를 저어 나아가야만 했다.
내 눈앞에는 총총한 별들과 출렁거리면서 줄기차게 흐르는 해류와 별빛으로 인해 굴절되고 있는 어둠이 있을 뿐이었다. 바다의 물길에 어둡고 배 운전하기에 서투른 나는 땀으로 떡을 감듯이 하면서 노를 저었다. 어둠에 감싸인 섬 주위의 물목을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해류에 대한 공포와 불안과 절망이 나를 사로잡았다.
배가 소용돌이치는 해류 속에 휘말리지 않게 하고, 육지 쪽의 갯바위와 암초에 걸려 난파되지 않게 하려면 쉴 사이 없이 노를 저어야만 하는데 내 팔뚝은 힘을 소진하고 뻐드러졌다. 맥없이 뻐드러지는 팔뚝에 힘을 모으기 위해 이를 악문 채 노를 젓고 또 저었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써서 저었다.
나 대신에 노를 저어줄 사람은 그 거룻배 위에 아무도 없었다. 하느님과 부처님도 도와주지 않고 용왕님과 산신님도 도와주지 않았다. 오직 내가 나의 지혜, 나 혼자만의 힘으로 이를 갈면서 물길을 찾아 배를 저어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새벽녘에, 간신히 뱃머리를 마을 앞의 모래밭에 대놓고 나는 자갈밭에 쓰러져버렸다. 숙부가 다가와 말했다.
“아이고, 우리 승원이 넉넉히 장가 가겠다!”
나는 속으로 울며 부르짖고 있었다. 나 이렇게 살아 무얼 할 것인가. 눈 속으로 흘러든 땀으로 인해 수런거리는 별들이 굴절되고 있었다.
그때 슬퍼하고 있는 깜깜한 의식을 환히 밝혀주는 빛 한 줄기가 있었다. 그러한 고난의 삶 속에 나를 묻어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어느 한 어둠 속에 나를 묻어두는 것도 나이고, 거기에서 나를 꺼내 빛 속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도 나이다.’
— 〈어둠에서 빛 찾기〉 전문
—출처 :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푸르메,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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