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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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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9회 작성일 23-09-03 11:19

본문

무시하며 살자 




나이가 들면 못 본 척 무시하며 사는 습관이 좋은 것 같다. 

육신의 여러 곳이 쑤시고 아파도 귀에 쇳소리가 온 밤을 울어예도 그져 무시하고 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딱히 용한 치료 방법도 없다. 무시하고 사는 수 밖에 없다.

삭신이 70년이 넘도록 시달려 왔는데 멀쩡할 리 더욱 없다. 알코올로 삭아진 내장기능은 겨우겨우

작동을 한다. 청년의 그 시절에 어울리던 술친구들은 거반이 불귀의 객이 됐다. 가끔 전화 목소리를

들어 보면 풀기가 없다. 크게 죄 지은 것도 없는데 목소리가 가라 앉고 이따금 만나다 보면 회한이

서린 얼굴들이다. 취미로 시간 때우기로 여러가지를 해보지만 그저 시뿌고 심드렁하다.

술을 한 잔 해도 한숨이고 먼산을 바라 보아도 한숨이고 말끝에는 죄다 한숨이 많다.

야! 다 치우고 우리 무시하며 살자. 세월도 무시하고 몸에 고통도 무시하고 시간도 무시하고 사랑도

무시하고 자식도 무시하고 돈도 무시하고 나도 무시하고 너도 무시하고 다만 오늘만 존경하여 받들고

볼 비비며 즐겁게 살자. 살짝 맛이 가더라도 푼수처럼 웃으며 얼굴펴고 살다가자.

잠꼬대 같은 소리로 어깨가 무거워 지면 또 근엄한 어른의 모습으로 동네 어귀를 돈다.

싸한 이명소리가 팽나무에 걸리고 무거운 발걸음은 무시하고 싶어 질질 끌며 대문을 넘는다.

"당신! 어딜 갔다 이렇게 늦어?"

대담한 무시가 쪼그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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