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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피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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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서피랑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108회 작성일 19-06-10 14:51

본문


목련이 피는 시간


이명윤




그의 몸은 얼핏

누군가 구겨놓은 종이 같군요

사내는 밥알이 볼에 묻으면 웃는 데요

숟가락의 하늘에

턱이 있고 코가 있고 뒤통수가 있습니다

위태로운 비행 끝에 착륙한 순간

웃음이 분수처럼 헤프게 터지고

봄날 오후 흩날리는 밥알들,

때 아닌 난장에

손님들 표정은 굳어지고

식당 주인은 난처한 눈빛으로 서 있습니다

사내는 무안한 듯 팔을 비비 꼬다

다시 웃음을 쏘아 올립니다

가히 전천후 미사일입니다

나는 엉겁결에 피식 웃음을 받아 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으며

저 끈질긴 웃음의 소매 안쪽

얼굴을 떨구고 있을 말을 생각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던 사내

그만 의자에 걸려 넘어지고

다시 웃음이 접혔다 펴지는 데요

가슴에 뿌리를 둔 말들은 꽃잎이 있겠지요

얼굴이 점점 하얗게 달아오르고

그는 지금 목젖에 걸린 말의 향기를

온몸으로 품어 올리는 중입니다

미안해요, 괜찮아요,

말이 표정을 드러내는 전력투구의 시간입니다




-웹진『공정한 시인의 사회』2019년 6월호, 공시사의 시선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불편함과 안타까움을 꽃으로 보신 시인의 눈은 과연 꽃이 아닐까 합니다.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는 발길을 붙잡아 꽃을 피우게 하는 시인의 마음이 점점 궁금해지고 경외스럽습니다.
목련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인데, 백목련, 자목련 외에 향기가 가장 짙은 또 다른 목련을 만나게 됩니다.
아니 철 지난 목련이 다시 피어나는 시간으로 초고속 카메라로 돌려보게 됩니다.

장남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남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종원님의 시평에 더할 말이 없군요.

여기서
한 편의 동영상을 보는듯 합니다.

서피랑님
언덕위에 그 하얀집이 떠오릅니다.
안녕하시지요?

최정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정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일상이 계절이 꽃 한 송이가
향기 없는 목련에게 언어의 향기를 넣어주는 마술사 입니다
굿 시...에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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