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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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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윤석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879회 작성일 19-12-08 06:39

본문

12월

윤석호

이맘때의 하루는 쉽게 어두워지지 않는다

별들은 대낮부터 거리로 쏟아져 내려와 깜박이고

막차 같은 시간을 따라잡으려 사람들은

쉴 새 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찾는다

 

어두운 골목길 입구

편의점 환한 불빛이 초원 같다

종일 쫓겨 다니던 도시의 유목민들

각자의 하루를 거느리고 들어와

진열대에 놓인 가축과 작물을 골라 담는다

껍질을 벗기고 부위를 나누고 물을 붓는다

한 해 동안 뜯어먹던 시간이 다 시들어가고

이제 곧 짐을 싸고 옮겨가야 한다

포장지의 광고가 맛을 결정하지만

정작 힘든 건 허기보다 바람이다

건너편 술집에 걸린 연말 장식은

벌써 화장이 번져 있다

 

편의점을 나선 사람들은

모퉁이를 앞두고 머뭇거린다

담뱃불을 붙일 때마다 드러나는 얼굴들은

습관처럼 뒤를 돌아본다

내뱉는 연기에 딸려 올라온 이름 때문에

몇 번 헛기침을 한다

내용도 없이 가장자리만 선명한 기억들

내 것도 아닌 시간과 어쩔 수 없었던 마음을

그림자처럼 자르고 이제 사람들은 하나씩

모퉁이를 돌아 사라진다

 

12월의 늦은 밤거리

따뜻한 누군가에게 돌아가고 싶다

내가 길들지 못하고 떠돌아다닌 것은

너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움도 없이

가축과 작물뿐인 12월의 초원으로

다시는 혼자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https://blog.naver.com/mooregate25


댓글목록

배월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배월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윤석호 시인님
안녕하세요?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12월이 느껴지네요
조금 추운 하지만 따뜻한^^
건강하세요!!

성영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성영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쉬움이 많은 12월 이지요.
누구나를 맘껏 그리워할 시간도 다급한 마음에
묻히고 마는것 같아요.
마지막 달을 보내며 조근조근 읊어주시는 고백같은 시
감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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