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반야바라밀 / 강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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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42회 작성일 24-04-30 17:40본문
나무의 반야바라밀
강태승
이십 년 넘게 치매를 앓던 앞집 할머니
위암이 머리로 번져 헛소리 하던 송씨
술독에 빠져 폭력을 휘두르던 김씨도
한 달 사이에 저승으로 간 나무에
아침부터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나무들은 할머니를 진찰하다
곧은 내력은 줄기와 잎으로 챙기고
치매는 살살 더듬어 나이테로
송씨 위암은 둘둘 말아 나뭇잎 끝에
이슬로 매달거나 꽃으로 피우고
김씨 폭력은 벌레가 먹었는지 우멍하다
독사와 구더기 득실득실한 사람도
가을이면 단풍 들게 하는 나무들은
고치지 못하는 것이 없는 의사
한 번도 의료사고가 없는 명의(名醫)
주검을 생토(生土)로 깨끗이 환원하였다
가난하건 부자이건 차별하지 않고
안이비설신의 구별하지 않고
나무들은 제 뼛속의 뼈로 안치(安置)하였다.
―강태승 시집, 『울음의 기원』(푸른사상, 2023)
1961년 충북 진천 출생
2012년 《두레문학》시 추천
2014년 계간 《문예바다》신인상
2015년 《시산맥》 기획시선 공모에 『칼의 노래』 당선
2016년 포항소재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수상
2017년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칼의 노래』 『격렬한 대화』 『울음의 기원』 등
김만중 문학상, 백교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추보문학상 수상
시마을 운영위원회 회장
댓글목록
조이킴포에리나김은주님의 댓글
조이킴포에리나김은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살어서 고뇌하던 인생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가니 깨끗한 환원이 되는가봅니다.
지금 이순간도 버려질것만 잡고 있습니다
비우려고 비우려고 하는데 ..,
귀한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