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새벽 / 이민하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사소한 새벽 / 이민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3회 작성일 24-05-08 16:33

본문

소한 새벽

 

    이민하

 

  할머니 화장은 왜 하셨어요. 어딜 급히 가시려고 빨간 루주가 어색한 줄도 모르고

문을 열고 바람을 맞고 계세요. 화장 고치는 건 사진 속의 꽃 가꾸는 일보다 쉬운 

일이잖아요. 아파트 화단만 지나면 벌통처럼 북적거리는 시장엔 왜 며칠째 안 가시는

거예요. 할머니가 그어 놓은 앨범의 빨간 줄들은 색이 바래지도 않는데 색연필 잡을

힘조차 없다는 듯 웃으시고는 왜 텅 빈 냉장고는 닦고 계세요. 엊그제 꿈에 할아버지랑

함께 떠나는 택시를 멈춰세웠던 내게 잘했다 하셨잖아요. 간밤의 꿈엔 왜 또 오셨어요.

밤잠을 설치며 화장은 왜 하셨어요. 전화 소리 천둥 칠 때마다 귓불이 파랗게 멍들었

잖아요. 베란다에 심어 놓은 신발 내놓으라 하실까 봐 종일 창문을 악물었잖아요. 당신은

화장化粧을 하고 나는 화장火葬을 하는 끝없는 얼굴 끝없는 새벽인데 서둘러 무엇하게요.

백합같이 잠들던 엄마 흉내는 저도 이제 시시한걸요. 사진 속에 지는 당신의 눈물꽃 

바람에 날려오면 알맞게 무른 신발을 따 내드릴게요. 허공의 색깔엔 바람의 붓칠만이 

닿을 수 있게 사소한 바람이 내 문을 먼저 두드릴 수 있게 오늘은 문 두드리지 말고 

그냥 가세요. 어색한 빨간 입술 좀 제발 고치세요. 화장 고칠 시간은 충분하잖아요.

 

이민하 시집, 환상수족(문학과지성사, 2015)



 

전북 전주 출생  
2000년 《현대시 》로 등단  
시집 『환상수족』 『음악처럼 스캔들처럼』 『모조 숲』 『세상의 모든 비밀』
 미기후』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716건 1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7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 05-21
17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 05-21
17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 0 05-21
17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 1 05-17
17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1 05-17
17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1 05-17
17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1 05-16
17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1 05-16
17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1 05-16
17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1 05-14
17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1 05-14
17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1 05-14
17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1 05-10
17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1 05-09
17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1 05-09
17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 1 05-09
17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1 05-08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1 05-08
16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1 05-08
16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2 05-02
16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 2 05-02
16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1 05-02
169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1 04-30
169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1 04-30
16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2 04-30
16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1 04-26
16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1 04-26
16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1 04-26
16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 1 04-23
16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 1 04-23
16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1 04-23
16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2 04-22
16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1 04-22
16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 1 04-22
16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1 04-19
16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1 04-19
16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1 04-19
16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7 1 04-16
16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1 04-15
16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 1 04-15
16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1 04-15
16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1 04-11
16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1 04-11
16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 1 04-11
16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1 04-11
16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 2 04-05
16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 2 04-05
16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 2 04-05
16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0 7 04-02
16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2 04-0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