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 장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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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장옥관
그를 찾으러 꽃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자주와 보라와 하양 그리고 둥긂, 물방울이나
무지개 그 속에 갇혀 나 한나절 헤매고 다녔으니 유혹하는 헛꽃처럼 냄새만 흩어놓고
그는 사라졌고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아비 어미의 어처구니를 감싸며 저무는 노을은
이 색에서 저 색으로 번지며 한사코 저를 숨겼다 그는 내가 찾아다니는 것보다 숨는
속도가 늘 빨랐으며 그 작은 나비들이 뭉쳐 빚어 놓은 허망한 빛 숭어리, 이윽고 한숨
처럼 연기처럼 흩어져 날아가는 나비 동작 속에 우리는 지워지고 망연한 눈길 속에
꺼졌다 사라진 어제가 있었다고 언제나 믿고 싶었다
―《상상인》 2023년 1월호

1955년 경북 선산 출생
계명대 국문학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졸업
1987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 『황금 연못』 『바퀴 소리를 듣는다』 『하늘 우물』
『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 『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등
동시집 『내 배꼽을 만져보았다』
김달진문학상, 일연문학상, 노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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