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봄은 / 김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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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봄은
김금용
정조가 충헌댁에게 칠언절구 시 한 수를 보냈다
“연회에 술과 흥이 가득 찼지만, 동지섣달 흰 눈 속에 핀다는
납매 한 송이를 못 보아 아쉽고나”
금둔사 붉은 납매가 작년에는 한 송이도 피지 않았다
지허 스님이 떠난 걸 알았는지
백매 한 송이만 피어서 고개를 들지 않았다
동지섣달 매운 바람이 허리끈을 풀자 제일 먼저 버선발로 뛰어나오던 겨울 납매
차갑게 돌아서면서도 숨겨진 미소가 좋아서
괜찮냐 되묻던, 매화 곁을 서성이던 당신의 발걸음 소리를 기다렸을까
매화야, 잊지말라는 당부를
얼음이 씹히는 식혜에 풀어 마신다
애가 타게 느리다, 당신의 봄은
―웹진 《시산맥》 2024년 겨울호

동국대 국문과 졸업
중국 베이징 중앙민족대학원 중국문학과 졸업
1997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광화문 쟈콥』 『넘치는 그늘』 『핏줄은 따스하다, 아프다』
번역시집 『문혁이 낳은 중국현대시』 『나의 시에게』
중역김남조시선집 『今天與明天( 오늘 그리고 내일)』 등
펜번역문학상, 동국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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