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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 보면 / 김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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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5회 작성일 25-05-27 16:52

본문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 보면

김병호

베란다 한켠에 죽은 화분이 있습니다

겨울 내내 숨을 내놓는 동안

어찌할 엄두도 내지 못하였습니다

어둠은 여기서 피어나

끝없이 나를 두드리고

서성이는 먼 걸음을 흉내 내었습니다

숲이었다가

詩이었다가

당신이었다가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면

가만히 빛나며 꿈틀거리는 가장자리를

후회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화분같이

깊은 구멍 속에 산산이 흩어진 눈동자

나는 그게 달 같아서

홀로 키운 마음 같아서

내내 가까스로의 날로 지웠습니다

여러 빛들이 겹쳐 봄을 흔들고

나는 얼마나 멀어질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베란다 창 가득

홀로 지운 마음처럼

발자국이 생겼습니다

간곡한 마음도 없이, 조심한 마음도 없이

부르면 다시 돌아오는 이름처럼

ㅡ《문장웹진》202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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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광주 출생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으로달 안을 걷다밤새 이상을 읽다』『백핸드 발리』 

2013년 한국시인협회상 젊은 시인상

2013년 제8회 윤동주 문학대상 젊은 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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