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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무치의 낙타 / 손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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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11회 작성일 22-12-14 14:47

본문

루무치의 낙타

 

     손진은

 

 

긴 속눈썹을 가진 저 늙은 녀석은

날 비웃는 게 틀림없다

그 등에 올라타기만 하면 움찔, 몸을 일으켜 세우다

무릎이 꽃대궁인 듯 허물어진다

 

위구르인 몰이꾼이 오르면 멀쩡하다가도

모래 파도와 지평선과 미라를 거느린

초조하게 숨죽인 마음을 꿰뚫고 있다는 듯

뒷다리를 비틀거리는 심사는 무언가

 

어느 것으로도 바꿀 수 없다 믿는 내 몸과 머리도

똥덩이쯤으로 여기는

 

되새김질하는 입과

흐릿한 침묵과 분노를 띤 저 눈이

내 어수선한 심사를 밀고 들어온다

 

(저 썰물을 나는 되돌릴 수 없다)

 

한번씩 몰이꾼의 채찍에 멋쩍은 콧김

허공에 뱉으며

목을 빼고 과장과 허풍의 몸짓을 보이는

놈의 씰룩이는 저 코와 동공은

 

알고 있음이 틀림없다

저가, 허깨비들을 영겁의 허적虛寂으로 실어 나르는

이 왕국의 사자使者라는 것을

 

나 같은 치는 눈 속 티끌 하나도

쓸어낼 수 없는 좀팽이라는 것쯤도

 

손진은 시집, 그 눈들을 밤의 창이라 부른다(걷는사람, 2021)



손진은~1.JPG


경북 안강 출생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5년 매일신문 시평론에 당선

시집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 『눈먼 새를 다른 숲에 풀어놓고

 그 눈들을 밤의 창이라 부른다』 

저서 현대시의 미적 인식과 형상화 방식 연구』 『한국 현대시의 정신과 무늬

현대시의 지평과 맥락』 『현대시의 미적 인식과 형상화 방식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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