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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되고 싶다 / 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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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92회 작성일 22-10-31 19:04

본문

오빠가 되고 싶다

 

    임  보

 

나팔바지에 찢어진 학생모 눌러 쓰고

휘파람 불며 하릴없이 골목을 오르내리던

고등학교 2학년쯤의 오빠가 다시 되고 싶다

네거리 빵집에서 곰보빵을 앞에 놓고

끝도 없는 너의 수다를 들으며 들으며

푸른 눈썹 밑 반짝이는 눈동자에 빠지고 싶다

버스를 몇 대 보내고, 다시 기다리는 등굣길

마침내 달려오는 세라복의 하얀 칼라

'오빠!' 그 영롱한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토요일 오후 짐자전거의 뒤에 너를 태우고

들판을 거슬러 강둑길을 달리고 싶다, 달리다

융단보다 포근한 클로버 위에 함께 넘어지고 싶다

네가 떠나간 멀고 낯선 서울을 그리며 그리며

긴 편지를 지웠다 다시 쓰노라 밤을 새우던

열일곱의 싱그런 그 오빠가 다시 되고 싶다

 

- 임보 시집, 검은등 뻐꾸기의 울음(시학, 2014)



       commonCA01FHPR.jpg


본명 강홍기(姜洪基). 1940년 전남 순천 출생

195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서울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으로 임보의 시들 59-74』 『산방동동山房動動』 『목마일기

은수달사냥』 『황소의 뿔』 『날아가는 은빛 연못』 『겨울,하늘소의 춤

구름위의 다락마을』 『운주천불』 『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기

자연하교』 『자닭 설법』 『가시연곷』 『눈부신 귀향』 『아내의 전성시대

자운영꽃밭』 『검은등뻐꾸기의 울음』 『광화문 비각 앞에서 사람 기다리기

​『山上問答』 『지상의 하루』 

저서 ​『현대시 운율 구조론』 『엄살의 시학』 『미지의 한 젊은 시인에게

시와 시인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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