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사다 / 송시월 > 오늘의 시

상상을 사다

송시월

쑥고개 시장

노릇노릇 진도 봄동 한 근 1,000원

뿌리 통통 살 오른 강원도 산 노지 냉이 한 근 3,000원

(금요포럼, 한국관광공사 3층 지리실)

William James의 재생적 상상의 티격태격 토론 500g

유리창에 비치는 생산적 상상의 햇살 500g

각각 5,000원

주방에다 장바구니를 풀어놓자

봄동에서 초인종소리가 들린다

진도아리랑 한 가락이 호남평야 휘돌아

아라리쓰라리 신림동 고개 넘어와 목쉰 호흡을 고른다

또 노지 냉이에서 정선아리랑 한 가락이

내 시에 리듬을 깐다

유리창 기웃기웃 원고지 행간마다 유채꽃 피워놓고

티격태격 셔터를 누르는 노오란 햇살

“봄동 냉이 유채꽃 어깨동무하고 아리아리 출렁거려봐요” 태격,

“자! 가슴 속살 보일 듯 말듯 막 피어난 상상을 꺼내봐요” 태격,

티격태격을 빠져나온 나

봄동 냉이 웰빙웰빙 끓는 된장국에다

2월 햇살을 풀어 밥 말아 먹는다

전남 고흥 출생

1997년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12시간의 성장』 『B자 낙인』

제1회 푸른시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