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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꿇다 / 김형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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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26회 작성일 16-12-12 10:28

본문

 

무릎을 꿇다

 

   김형술

 

키 작은 나무 아래를 지나기 위해서는

허리를 굽혀야 한다고

 

누가 일러준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기꺼이 허리를 숙여

나무에게 인사를 한다

 

부전시장 입구 대로변

천진하게 축축 가지를 늘어뜨린

어린 홰나무의 안부를 지나

 

몇 발짝 더 가면 조그만 꽃노점

 

한 송이 꽃을 만나기 위해서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누가

알려준 것처럼

 

사람들 모두 기쁘게 무릎을 꿇는다

접은 허리, 꿇은 무릎에서야 비로소

아름다운 말들이 가슴을 열고

걸어나와

 

더 낮고 깊은 오체투지가

키 작은 꽃의 눈을 들여다본다

 

향기로운 목숨의 내음까지

 






1992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의자와 이야기하는 남자』, 『나비의 침대』
『물고기가 온다』『무기와 악기』『타르초, 타르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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