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하사 / 윤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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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080회 작성일 19-06-03 10:31본문
항하사
윤석정
흘러간 노래를 듣다가 희미해진 당신을 보았어
당신을 반복 재생, 잠을 자다가 가위눌릴 때가 있지
꼼짝 못한 채 대책 없이 허우적거리는 마음
죽음을 목격한 듯 부릅뜬 눈
숨을 깊숙이 밀봉시키고 물속에 잠긴 기분
갠지스 강에서 화장(火葬)한 당신들
물살 따라 과거에서 미래로 흘러가지
오래전 당신에게 쓴 엽서처럼
꽃등(燈)을 띄워 보내는 밤
당신과 당신들을 애도하는 마음, 은하수로 보낼까
꿈결에 슬픔이 흐릿한 뭇별을 보았어
과거의 별빛이 내게 당도했잖아
가만, 나를 떠난 노래는 내게 당도하지 않았어
강어귀 어디쯤에 표류할 저 꽃등처럼
노래의 결말은 아무도 모를 거야
어쩌면 나는 출발한 적이 없어서 도착할 수 없는
나지막한 당신의 노래를 잊지 못했는지 몰라
이 밤, 흘러간 노래를 연속으로 들었어
죽은 당신에게 불러주지 못한
―월간 《시인동네》 2019년 6월호
1977년 전북 장수 출생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06년 문예진흥기금 수혜
시집으로 『오페라 미용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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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깊으면멋님의 댓글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항하의 모래라는 뜻으로, 셀 수 없이 많음을 의미하는 불교 용어.
항하(恒河)는 인도의 갠지스강을 말한다. 항하사수(恒河沙數)라고도 한다. 여러 경전에서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에 비유할 때 쓰인다.
-두산백과-
느낌은 오는데, 뭐라 꼭 집어 설명하기는 매우 애매하다.
그 느낌이라는 건, 다 지나간 이야기를 끄집어 내었고, 뭔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일 듯하다는.
흘러간 노래를 듣다, 그 노래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었으나 들려주지 못했던 노래.
그때를 기억하며 무한 재생으로 반복해 듣는다.
그때 보냈던 엽서처럼, 오늘 밤 꽃 등을 띄어보내고, 노래도 불러 보냈으나 내게 돌아오지 않았고, 그 결말이 어찌 될지는 모른다.
모르긴 뭘 몰라. 영원히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으면서.
당신, 죽었잖아!
죽긴 뭘 죽어, 이렇게 버젓이 기억 속에 살아 있는데.
아마 이 시인께선 앞으로도 끊임없이 꽃등과 노래를 띄워 보낼 거다, 흘러간 추억의 노래를 반복, 재생하면서.
이렇게 되는대로 풀어 놓으니, 비로소 항하사라는 제목 눈에 든다.
갠지스 강의 모래알처럼 무수히 반복, 재생되는 그리움이라는 의미일 거라는.
'당신과 당신들을 애도하는 마음, 은하수로 보낼까', 이 구절은 없는 게 낫겠다. 뭔가 모르게 어색하다.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갖다 붙인 듯해서 영 거슬린다.
2019.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