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지붕 이발소가 있던 자리 / 이용헌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양철지붕 이발소가 있던 자리 / 이용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04회 작성일 21-07-26 22:05

본문

양철지붕 이발소가 있던 자리

 

  이용헌

 

 

유년의 양철지붕이 들썩거리고 있었다. 이발소 삼색등이 허공에 나사를 조이고 있었다. 흰 가운을 걸친 구름이 김칫국물 같은 노을을 닦으며 지나갔다. 산발한 나무들은 가으내 까칠해진 머리들을 자르기 위해 낮 동안 품었던 새떼를 강가로 날려 보냈다. 새 내려앉은 자리마다 사각사각 가위질하는 소리가 들렸다. 웃자란 억새들이 파르르 모가지를 흔들었다. 바리깡 지나간 들판에는 마른버짐처럼 폐비닐이 나풀대고 누대에 걸쳐 소를 몰고 돌아가던 둑길엔 어린아이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은 그 마을의 오랜 내력, 장성한 사내들은 하나 둘 둑길을 서성이다 지워졌다. 몇몇 남은 촌로만이 툇마루에 쪼그린 채 콩을 고르거나 사라진 굴뚝 대신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떠나는 것들은 사람만이 아니었다. 더러는 강가의 나무들도 뿌리째 실려 나갔다. 떠나가는 것보다 힘든 일은 혼자 남아 누군가를 배웅하는 일, 맨발의 어머니가 먼저 간 형을 묻고 주저앉던, 지금은 무덤 속 아버지가 이발을 기다리는 그 마을, 거기 유년의 양철지붕은 없었다. 스러진 삼색등이 이승과 저승 사이에 나사를 조이던 벌초길.

  

이용헌 시집 점자로 기록한 천문서(천년의시작, 2016)




common.jpg

 

광주 출생

2007년 내일을여는작가》 등단

한국방송통신대 국문학과 졸업

시집 점자로 기록한 천문서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719건 18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8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5 0 08-25
8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4 0 09-19
8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9 0 10-07
8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6 0 01-02
86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8 0 01-10
86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0 0 02-20
86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0 0 02-27
86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4 0 03-07
8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4 0 03-18
8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0 0 04-04
8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1 0 04-15
8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0 0 05-17
8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3 0 05-29
8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9 0 06-05
8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3 0 06-17
8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9 0 06-28
8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4 0 07-11
8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3 0 07-29
8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1 0 08-27
8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8 0 09-18
8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1 0 10-10
8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9 0 11-05
8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5 0 02-25
8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6 0 04-07
8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1 0 05-04
8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5 0 05-27
8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8 0 06-19
8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9 0 07-20
8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9 0 01-22
8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0 0 02-08
8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8 0 02-24
8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8 0 03-18
8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0 0 04-08
8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5 0 05-03
8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6 0 05-25
8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2 0 06-24
8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6 0 07-05
8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6 0 07-17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5 0 07-26
8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7 0 08-03
8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5 0 08-16
8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3 0 08-28
8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7 0 09-06
8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0 0 09-23
8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0 0 10-04
8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7 0 10-17
8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5 0 10-25
8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4 0 11-03
8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2 0 11-11
8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1 0 11-2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