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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잘못되는 삶 / 김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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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45회 작성일 21-12-22 12:05

본문

매일 잘못되는 삶 


  김기형



  나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뒤의 세계를 알아요. 뒤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너머의 감정을 알아요. 폭설입니다. 눈을 뭉쳐요. 하얀 얼굴이 되어요. 긴 잠으로 가는 사람의 표정이 담깁니다. 입도 눈도 닫혔는데 어디로 들어온 것일까. 바람 냄새를 밑아보기도 하지만, 밤이니까요. 밤 속으로 눈이 오면 그것은 싸움이에요. 자기를 녹이며 잠드는 사람이 있구나. 한참 보고 있지만 한참 보고 있는 사람은 잘 줄을 모르고 자기의 파수꾼이 되어 있어요. 우는 사람이에요. 둘로 갈라진 길에서 나는 나와 헤어졌던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 정황. 직선거리를 질러도 이곳에는 사람이 없고. 나, 둘, 포개지는 손. 만난 적이 있지요?잠깐 잊은 적이 있지요?낮이 계속되는나라에서 왔어요. 그만큼 긴 밤을 어딘가로 이동시켰는데, 당신은 얼었어요. 당신은 형체 없이 녹고 있고요. 누가 이런 생각을하며 밤을 새우겠어요. 누가 자신을 앞에 두고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겠어요. 앞은 본 적 없고 뒤를 돌아볼 때마다 두발을 질질 끌며가고 있었던 것일텐데. 한 바퀴를 돌고 온 것인지, 내 앞으로 붙어버렸으니까. 어디서 돌아왔을까. 문신처럼 앞이 나타났으니 각자 앞을 얻었다고 해요. 서로의 옷자락을 붙잡고 뒤를 지켜봐 주기로 해요. 
 


월간 현대시202112

 


김기형시인.jpg


1982년 서울 출생

건국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전공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저녁은 넓고 조용해 왜 노래를 부르지 않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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