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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궁지 / 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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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70회 작성일 22-01-09 12:04

본문

안전한 궁지

 

   윤지영

 

 

먼지 같은 것들머리카락 같은 것들은 왜 모여요?

국경을 향해 밀려드는 어린 난민들처럼

막다른 곳에 모여

왜 뭉쳐요?

 

투명하고 가벼워 아무것도 아닌 것들

 

맨발의 아이들이 깨진 가로등 조각을 밟으며 막다른 골목으로 모여요

반 평짜리 경비실 문턱에는 꽃잎들이 모여요

쓸어도 쓸어도

 

각기 다른 위도에서

저마다의 속도로 추락하고 구르고 흩어지다 모여요

왜 모여요?

모여서 어떤 일이 있어도 헤어지지 않을 표정으로 손을 잡고

왜 뭉쳐요?

 

추운 나라에서 온 계절처럼

가벼워 가벼워

언제든 흩어질 거면서 무엇을 기다려요?

왜 모두 같은 표정으로

 

 계간 문학과 사람2020년 가을호

  

 

yoonjiyoung-140-3.jpg


1974년 충남 공주 출생

서강대 국문과와 同 대학원 국문과 졸업(국문학 박사)

199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물고기의 방』 『굴광성 그 여자』    

시론집 시와 마음읽기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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