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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까치 / 허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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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05회 작성일 21-08-02 23:21

본문

[2021년 제29회 공초문학상 受賞作]

산까치

허형만

보슬비 오시는 날

날마다 찾아가는 산길을 걷는데

저만치 산까치 대여섯 마리

보슬보슬 젖는 길에서

신나게 뛰놀고 있다

나도 함께 뛰고 싶어 우산을 접고

비에 젖으며 가만가만 다가가는데

눈치 빠른 산까치들

후르르 나뭇가지 위로 날아오른다

하이고, 못 본 척 그냥 되돌아갈 걸

미안해하며 비에 젖어 걷는다

젖어라 시여

심장 깊이 젖어라 시여

산까치도 젖으며 노래하나니

산딸기도 젖으며 붉게 익나니

보슬보슬 젖은 시는 부드럽나니

젖어라 시여

뼛속까지 젖어라 시여






1945년 순천 출생
중앙대 국문과 졸업
1973년《월간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청명』『영혼의 눈』『첫차』『눈먼 사랑』등 
편운문학상, 한성기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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