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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지붕 이발소가 있던 자리 / 이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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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79회 작성일 21-07-2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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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지붕 이발소가 있던 자리

 

  이용헌

 

 

유년의 양철지붕이 들썩거리고 있었다. 이발소 삼색등이 허공에 나사를 조이고 있었다. 흰 가운을 걸친 구름이 김칫국물 같은 노을을 닦으며 지나갔다. 산발한 나무들은 가으내 까칠해진 머리들을 자르기 위해 낮 동안 품었던 새떼를 강가로 날려 보냈다. 새 내려앉은 자리마다 사각사각 가위질하는 소리가 들렸다. 웃자란 억새들이 파르르 모가지를 흔들었다. 바리깡 지나간 들판에는 마른버짐처럼 폐비닐이 나풀대고 누대에 걸쳐 소를 몰고 돌아가던 둑길엔 어린아이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은 그 마을의 오랜 내력, 장성한 사내들은 하나 둘 둑길을 서성이다 지워졌다. 몇몇 남은 촌로만이 툇마루에 쪼그린 채 콩을 고르거나 사라진 굴뚝 대신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떠나는 것들은 사람만이 아니었다. 더러는 강가의 나무들도 뿌리째 실려 나갔다. 떠나가는 것보다 힘든 일은 혼자 남아 누군가를 배웅하는 일, 맨발의 어머니가 먼저 간 형을 묻고 주저앉던, 지금은 무덤 속 아버지가 이발을 기다리는 그 마을, 거기 유년의 양철지붕은 없었다. 스러진 삼색등이 이승과 저승 사이에 나사를 조이던 벌초길.

  

이용헌 시집 점자로 기록한 천문서(천년의시작, 2016)




common.jpg

 

광주 출생

2007년 내일을여는작가》 등단

한국방송통신대 국문학과 졸업

시집 점자로 기록한 천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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