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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앵무와의 나날 / 허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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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13회 작성일 21-01-25 12:41

본문

모란앵무와의 나날

  

  허영숙



아주 오래 알고 지내던 사람이

이민을 가며 떠안기듯 주고 간 모란앵무가

횃대를 시끄럽게 긁는다

오려는 잠을 며칠째 부리로 물어뜯고 있다

창밖에는 사납게 비가 내리고

막 벌어진 무화과 툭 떨어지고

단단한 먹으로 몸을 갈기갈기 밀어내듯

소리로 갈아내는 밤은 먹물처럼 짙다


새가 부리로 제 깃털을 뽑는다

낯선 이주에 대한 두려움이 횃대에서 깃털로 옮겨간다

정 붙였던 사람을 갑자기 잃어버리고

새는 스스로 몸을 후벼 파며 운다

부리로 뽑아 낸 울음이 새장 바닥에 흥건하다

그 즈음, 내 슬픔도 부풀고 있는 중이었다

울음 기둥은 여기저기 솟구쳐 나를 가두고

쏟아 낼 곳을 찾지 못해

깃털을 하나씩 뽑고 있는 중이었다

모란앵무와 내가

맞닿아 있는 아픈 음역을 서로 살핀다

몸의 깃털을 다 뽑아 맨살이 드러날 때쯤

울음은 속도를 늦추다 그칠 것이므로

며칠, 서로의 축축한 무릎을 베고 잠들어야 한다


—《시인시각2010년 겨울호

   


 

2006년 시안》으로 등단

2018년 <전북도민일보>소설부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바코드』『뭉클한 구름』등

2016년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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