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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는 재미 / 이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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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89회 작성일 21-02-24 09:28

본문

이는 재미

 

  이초우

 


거울이 내 뇌를 속이는 법 가르쳐 주었다

미간 한가롭게 넓히고 입꼬리

좌우로 살며시 당기며 웃어라 했다


나는 내 뇌를 속이는 연습 버릇처럼 한다

비록 마음에도 없는 웃음, 뇌는 젖먹이처럼

헤실헤실 좋아만 한다

발가락 관절 욱신거려도

내 뇌를 속이는 재미 참 쏠쏠하다


이젠 거울 없이도 뭔가를

떠올려 혼자 흥얼흥얼 소리 내어 웃으니

뇌는 더욱 더 신이 나 전기적 파동까지 일으킨다

좌뇌의 전두엽 세포 엄청 기뻐 날뛴다

알파파가 랩처럼 춤추면

내 마음 그지없이 잠든다


내 거짓 웃음에 감쪽같이 속은 뇌. 뽀송뽀송 파뿌리 같은

좌뇌의 회로를 재생시켜

누가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내 얼굴 반질반질

성형을 한다


비록 마구니가 훼방을 놓아도

흔들리지 않는 참나眞我, 백로가 날아드는 잔잔한 호수 얼굴

야누스 같은 세타파가 발산되어

아무도 꾸지 못하는 백일몽 나만이 자주 꾼다

 

계간 문예연구2020년 겨울호



 

경남 합천 출생
부경대 해양생산시스템공학과 졸업
2004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1818년 9월의 헤겔 선생』『웜홀 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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