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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 / 조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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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89회 작성일 19-07-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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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
 

  조 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듯
입을 연다
처음 보는 여자


경련하는 눈두덩
팔자주름 입가
붉은 반점 얼굴 가득
봄빛이 빈틈없이 꽂혔다
창밖 화사한 꽃들
붉은 속을 팡팡 터뜨린다


김씨, 팽씨, 윤씨, 제갈씨 들이
간호사의 손길을 따라
복도 끝에서 우회전한다
벽 모서리 밖으로 나온 지팡이 뒤에서
밀반죽처럼 뭉친 가족이 나타난다


담담히 휘돌던
여자의 내면이 쑥 딸려 나온다
그곳에 작살처럼 꽂혀 있는
허무!
주름 많은 목에서 축축한 모래가
쿨렁쿨렁 쏟아진다


황씨, 양씨와 보호자들이
입을 굳게 다물고
대기실로 들어간다
그 앞에서 젊은 여자
전화를 보며 나풀대고
다리를 끌며 안으로 들어갔던 남자
환해져 문을 밀고 나온다


화사한 봄의
검은 속을 거침없이 차며
한 아이가 놀고 있다


시인동네》(2019, 7월호)

 





1960년 안동 출생
19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무덤을 맴도는 이유』
『따뜻한 흙』『생의 빛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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