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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유치원 /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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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77회 작성일 24-05-3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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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유치원

 

    반칠환

 


아랫목에 밥 묻어 놨다----

어머니, 품 팔러 새벽 이슬 차며 나가시고

막내야, 집 잘 봐라

, 누나 학교 가고 나면 어린 나 아버지와 집 지키네

산지기 외딴집 여름해 길고,

놀아줄 친구조차 없었지만 나 하나도 심심하지 않았다네

외양간엔 무섭지만 형아 같은 중송아지,

마루 밑에 양은냄빈 왈칵 물어도 내 손은 잘근 씹는 검줄이,

타작 끝난 콩섶으로 들락거리던 복실꼬리 줄다람쥐,

엄마처럼 엉덩이 푸짐한 암탉도 한 마리 있었다네

아아 낯설고 낯설어라, 세상은 한눈 팔 수 없는 곳----

원생은 나 하나뿐인 외딴 유치원, 솔뫼 고개 우리 집

아니 아니, 나 말고도 봄에 한배 내린 병아리 떼가 있었네

그렇지만 다섯살배기 나보다 훨씬 재빠르고 약았다네

병아리 쫓아, 다람쥐 쫓아 텃밭 빠대다보면,

아버지 부르시네

풍으로 떨던 아버지,

마당에 비친 처마 그림자 내다보고 점심 먹자 하시네

해가 높아졌네, 저 해 기울면 엄마가 오시겠지

 

반칠환 시집, 외딴 유치원(시와시학사, 2001)



common.jpg


1963년 충북 청주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2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 『웃음의 힘』 『전쟁광 보호구역

시선집 누나야』 시평집 내게 가장 가까운 신당신』 『뉘도 모를 한때

꽃술 지렛대』 새해 첫 기적 장편동화 하늘궁전의 비밀』 『지킴이는 뭘 지키지?

인터뷰집 세상을 훔치다』 

1999년 대산문화재단 시부문 창작지원 수혜

2002년 서라벌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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