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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우정 / 이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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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62회 작성일 20-01-15 10:03

본문

이상한 우정

 

   이기성

 

   나는 길고 긴 이름입니다. 오래전에 구겨진 종이입니다. 나는 백년 전의 구름이며, 어슬렁거리는 감자이며, 어제의 젖은 옷입니다. 당신이 벗어 던진 구두입니다. 그것은 한짝이 뒤집힌 채 현관에 있습니다. 오늘 밤 당신이 나와 함께 간다면, 당신은 구겨진 옷을 다시는 주워 입지 못할 것이고, 내일 아침 사람들은 낡은 구두를 보며 생각에 잠길 겁니다. 아주 감상적인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려 애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신의 구두는 당신이 아니고 모두 그걸 알고 있으니, 텅 빈 구두쯤이야. 그들은 서둘러 검은 비닐봉지를 찾으러 달려가겠지요. 그때에도 괜찮다면 나는 아주 조용한 얼굴로 당신의 등 뒤에 서 있겠습니다. 구겨진 종이의 모호하고 다정한 얼굴로 말입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도록 아주 오래도록……

 

계간 창작과 비평2019년 겨울호



 

 

1966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88문학과사회등단

시집으로불쑥 내민 손』 『타일의 모든 것

평론집 우리, 유쾌한 사전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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