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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 임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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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04회 작성일 20-02-03 15:48

본문

 

   임경섭

 

 

발광하는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어둠의 한가운데였으므로 그곳이

우거진 숲인 듯도 했고

외진 고개의 포장길인 듯도 했던

그때

발광하는 형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어둠의 한가운데였으므로 그것이

사람을 찾는 손전등 같기도 했고

길을 찾는 자동차의 전조등 같기도 했던

그때

발광하는 형체가 눈이 부시도록 거대해졌다고 했다

어둠의 한가운데였으므로 우리가

조난당한 등산객인 듯도 했던

차에 치이기 직전의 고라니인 듯도 했던

그때

얼어붙은 몸으로 발광하듯 눈을 떴다고 했다

눈을 떴으나

주위가 어둠보다 어두웠으므로 우리가

우리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더 이상 우리가 우리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현대시20179월호에서



11.jpg


1980년 강원대 원주 출생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8<중앙신문학상> 당선

시집 죄책감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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