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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맛과 살맛 / 김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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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13회 작성일 20-02-28 11:22

본문

칼맛과 살맛

 

  김 언

 

  칼맛을 아는 자와 살맛을 아는 자가 만나서 싸웠다. 한바탕 격전을 치르고 나서 칼맛을 아는 자가 말했다. 내 살을 남김없이 바쳐도 아깝지 않은 맛이야. 인정! 그러자 살맛을 안다는 자가 대꾸했다. 내 칼이 제대로 임자를 만났군. 그 맛에 푹 빠져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으니 말이야. 그는 살에 담긴 칼을 빼지 않고 돌아갔다. 살과 칼은 서로를 맞물고 놓지 않았다. 마치 천생연분인 것처럼 각자의 집을 허물고 한집에 붙어살았다. 칼집이 아니면 살집인 그 집에서.

 

 ⸻김언 시집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2018. 3)에서 



 

20090921000045_0.jpg

 

1973년 부산 출생
부산대 산업공학과 졸업
1998년 《시와 사상》 등단
시집 『숨쉬는 무덤』『거인』『소설을 쓰자』『거인』』『모두가 움직인다』
2006년 대산창작기금 수혜
제9회 미당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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