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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씨 / 정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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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68회 작성일 17-03-10 10:04

본문

오준씨

 

정 영

 

 

나는 권오준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오빠도 사촌들도 권오준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햇빛이 쏟아질 때

오빠와 사촌들이 거리를 활보할 때

그들이 손 붙잡고 인사할 때

권오준씨가 나를 내놓았다

남미에 처음 갔을 때

당신이었냐고 권오준씨와 인사를 나누었고

유럽에 처음 갔을 때

따뜻한 테라스에서 권오준씨와 점심을 먹었다

밤거리에서 내게 빗물을 튀기고 간 것도 권오준씨였다

어머니도 권오준씨를 기억하라고 했다

우리집 전기배선을 한 권오준씨는 손등이 검었다

불빛 아래 권오준씨들이 모여 권오준씨를 엿듯기도 했다

내 적수, 권오준씨들은 길을 떠났다

오빠는 권오준씨를 아버지라고 불렀고

형이라고 불렀고 그 자식이라고 불렀고

내 사랑 권오준씨를 바람이라고 불렀다

알몸의 나를 거리에 내팽개친 권오준씨

권오준씨!하고 불렀을 때

저 저 수많은 권오준씨들

 

- 시집 평일의 고해

 

 


image_readtop_2015_68532_14218274131732517.jpg

1975년 서울 출생

2000문학동네등단

시집으로 평일의 고해』 『화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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