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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굽다 / 함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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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60회 작성일 19-06-25 09:22

본문

살을 굽다

 

   함기석

  

 

어떤 짐승이 울다 게워놓은 슬픈 새일까

이 흑갈색 조약돌

 

물의 주름진 속살까지 찬 햇빛들 반짝거리고

불길이 파란 핏줄다발 같다

 

짐승의 끊어진 앞발 닮은 봄날 주일이다

사방은 정강이 살을 잃어 고요하고

 

마당 가득 흰 먹물처럼

세 겹 네 겹 내 겹으로 번지는 죽음의 살 냄새

 

아 저기 솥뚜껑 하늘에서 구름도 지글지글 익고 있다

얘야, 천천히 많이 먹으렴,

 

나는 내 후생의 먼 우주 불탄 집터를 쳐다보다

둥지 잃은 새처럼 말이 야위는데

 

어머니는 들뜬 틀니로 내 전생 부위 생살을 잘근잘근 씹으며

마른 성냥개비처럼 웃으신다

 

웃음은 늘 눈에 쓴 독초고 알이어서

그녀 또한 평생을 생활에 쫓긴 짐승이고 찢기는 살이었으니

 

하늘 가득 어린 멧돼지 울음 차고 붉다 시다

날과 알 사이엔 아픈 말, 흐르는 살

 

냄새가 어머니 얼굴을 더듬어 폐허의 문진을 지우고 있다

사랑은 지붕부터 페이지가 찢겨나간

 

폐가의 웃음 경이었으니,

모자는 늘 모자라서 뜨거운 빙판이고 언 불판이었으니

 

어떤 짐승이 울다 게워놓은 새의 뜨거운 심장일까

이 흑갈색 조약돌

 

어머니 눈동자 속 사월의 불탄 뒤뜰에서

샘물이 흰 날개를 펴고 있다

 

 -시와 표현20183월호

 

hamkisuk_150.jpg

 

 

1966년 충북 청주 출생

1993년 한양대학교 수학과 졸업

1992작가세계등단

시집 국어선생은 달팽이』 『착란의 돌』 『뽈랑공원』 『오렌지기하학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

동화 상상력 학교

2006년 눈높이아동문학상, 10회 박인환문학상, 8회 이형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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