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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레방다리 / 한영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468회 작성일 19-07-25 10:14

본문

굴레방다리

 

  한영미


 

아현동 굴레방다리 하면 목줄이 떠오른다

둥근 모양이 세 개나 들어가는 아현동이란 지명이

입 벌린 사람들의 모습 같아서, 그들의 허기진 뱃속 같아서,

소가 벗어놓고 와우산으로 누웠다는 굴레가

골목 어디쯤에선가 나타나

기다렸단 듯이 목을 거칠게 잡아챌 것만 같은 동네

흑백 사진 속 배경으로 만나는 그곳에서

부모님의 목줄 덕으로 어렵게 대학까지 마쳤다

가난은 꿈도 사치라는 말을 배웠지만

철수된 고가 다리처럼 빠져나와 모두가 잘살고 있다

날마다 걷던 웨딩드레스 거리는 왜 그렇게도

퇴락한 슬픔이었는지,

조화롭지 못한 방석집과 한데 나열되어

흰빛이 눈처럼 순백색이 아닌 술집 여자들의 덧칠된 화장처럼

이물스러웠던 기억

밀폐된 어둔 공간을 찾아들던 검은 양복 입은 남자들의 술 취한 모습과

그들의 손을 잡아끌던 눈빛을 읽을 수 없는

표정이 화려한 여자들과 마주칠 때면

그녀들이 입을 먼 미래의 웨딩드레스가 궁금해지곤 했다

눈부신 조명 아래 여전히 웨딩 타운으로 화려한 동네

이따금 생각나는 곳이지만 그와 동시에 목부터 죄어드는 곳,

모두가 치열했던 시절이 재개발된 모습으로 지워졌다

하지만 아현동 굴레방다리란 발음 속에서 여전히 되살아나는

허기와 굴레

 ​

2019 시산맥신인문학상 당선작



 

1968년 서울 출생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9년 시산맥 신인문학상 수상

 

  

추천1

댓글목록

맛이깊으면멋님의 댓글

profile_image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명서 떠올리는 유년의 기억

굴레는 소 등의 고삐에 얽어매는 줄이다.
구속이나 속박 등의 의미와 동의어다.
아현동이라는 동네이름에는 각 글자마다 'ㅇ'이 들어 있다.
이것을 목줄로 보았으니, 대단한 상상력이라 놀라기 보다는, 어릴적 삶의 속박에서 비롯된 것일지니
유년의 추억은 짠하게 다가온다.

​굴레방다리는 지명으로서 아현동을 특정한다는 것이라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전까지 이런 이름은 동네마다 흔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예전 청량리, 시대 극장과 오스카 극장의 사잇길로 한참을 걸어가면 철길 아래로 전농동으로 나가는 통로가 있었고 이를 (전농동)굴레방다리라고도 불렀던 것으로도 기억한다.
통상 굴레방 다리 혹은 토끼굴이라고 불리는 통로는 지상이 아닌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같기도 하여 이름 자체가 그다지 밝은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비라도 내린 뒤라면 질척거리는 느낌과 뭔가 벌레라도 기어 오를 듯한 스멀거림과 밎물려 음침한 기분에 휩싸여드는 께림직함도 있었고.
지금이야 이렇게 울적한 곳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절을 구가하고 있으니, 굴네방다리가 가져다 주는 음습함이란  어린 시절과 닿아있는 것임을 안다.

​시인의 유년도 이와 다름이 아니었는지.
방석집 여인네들과 하필이면 바로 이웃한 웨딩드레스 샾으로 들어찬 거리라니.
아마, 지금 예전의 굴레방다리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겠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은 그 글자 만으로도 또렷하게 살아나는 것이다.

굴레라는 단어를 보니, 평생이 오진 멀미였다는 박형권의 땅멀미가 떠오른다.

​20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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