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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린 늑대 그림 / 신혜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63회 작성일 19-05-27 11:03

본문

내가 그린 늑대 그림
 

  신혜정



늑대 한 마리만

늑대 한 마리만 그려줘

 

그러자 그이는 내게 낡은

책 한 권을 건넸다

 

네 귀퉁이가 해진

사족이 많은 책이었다

 

한밤중 꿈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늑대를 세는 중이었다

 

사각의 틀에 늑대들을 가두기 위해

그이는 단단한 책표지를 들췄다

먼지가 제법 낀 양장본이었다

 

댈러웨이 부인에게 물어보자

그날 강가에 놓인 지팡이가 누구의 것이었는지

 

늑대 한 마리만

늑대 한 마리만 그려줘

 

아주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던 소녀는

늑대와 결혼해 늑대의 성을 받았어요

 

작고 예쁘고 하얀 소녀여야 하지요

런던의 안개 낀 거리엔

늑대들이 출몰합니다

 

오, 문장들이 서로를 침범하기 전

표지를 덮어 네 귀퉁이를 꼭 붙들고

단단히 꿰매어 보겠습니다

 

그이가 건넨 것은

열리지 않는 책

 

사방이 꿰매진 책에는

얼기설기 자다가 흘린 꿈들

양과 늑대가 어깨를 맞대고 자는 풍경

 

그것은 악몽

악몽 속 악몽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나도 꿈

이미 양은 죽어 있고

 

양가죽으로 만든 구두를 신고

양털로 만든 옷을 입고

 

늑대에게 가보자

늑대에게 가보자

 

양의 탈을 쓴

작고 예쁘고 하얀 소녀야

이제는 소녀가 아닌 소녀야

 

털을 벗어버리렴

늑대가 쫓아오지 않는 꿈을 꾸렴

 

가지런히 양가죽 구두를 벗어

강물에 놓아 보내자

 

건기에 사라진

늑대 한 마리가 저기, 저기서 뛰어오네

 

책장의 낡은 귀퉁이를 찢으며

먼지를 풀풀 날리며

 

그이는 바늘로 해진 귀퉁이를 재빨리 수선하고

안개 속에 남겨진 차가운

그림자를 꿰매고 있지

 

늑대의 그림이 완성된 것을 아무도

아무도 모르게



《시인동네》(2019, 5월호)



   
sinhyejung-150.jpg


2001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라면의 정치학여전히 음악처럼 흐르는

산문집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 『흐드러지다

역서 시크한 그녀들의 사진 촬영 테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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