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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얼굴 / 심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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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21회 작성일 19-06-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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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얼굴

 

    심은섭

   분열하는 스물 네 개의 얼굴로 그가 달려온다 그때 꽃들은 징을 울렸으며, 눈먼 시계공은 청동시계의 태엽을 감고 있었다 그에게 순종을 선언한 강물은 한없이 직선으로 흘렀다 마른 소금을 구워내던 바다도 어김없이 아침 해를 출산 중이다

 

 오후엔 그가 들판을 지나갈 거라는 풍문이 나돌았다 사과나무는 각혈로 피워낸 꽃을 입양하기 시작했고, 이마에 화상을 입은 능금은 서둘러 붉은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암사자들은 넓은 사냥터를 급매하려고 총잡이들과 협상이 한창이다

 

태양이 목관의 입속으로 가라앉는다 그의 목청을 기억하는 어떤 사내는 젖은 몸을 달빛에 말리며 마른 장작처럼 가늘어진 아버지의 두 다리 사이로 예순네 개의 달이 저무는 것을 보았다 어제 실종된 개불알꽃은 끝내 운석으로 발견되었다


-계간학산문학2019년 봄호 






강원도 강릉 출생
2004년 월간《 심상》신인상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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