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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의 고향 / 유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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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02회 작성일 19-01-15 15:08

본문

우산의 고향

 

    유희경

 

 

창밖은 얇고 무서운 계절

사내들, 언어를 안고 걸어간다

빗속을 나는 새에 대해 들어본 적 없지만

방금, 공중을 지나는 것이 있었다

꽉 쥔 주먹이 하얗게 돋는다 나는

빈자리마다 앉아 있다 그곳에도 나는 있고

놀란 표정이 잠든 얼굴들, 떠내려간다

그것은 새였을지도 모른다

사내들 흘린 것을 줍기 위해 돌아서고

젖어가는 코르덴 바지는 슬프다

우산은 그렇게 태어난다 우리는

젖은 채 태어나고 젖으려고 사는 것들

답 없는 질문처럼 꼭 그렇게

지금의 우산의 색을 떠올릴 시간

얌전히 들어서는 어둡고 익숙한

곁에 머물고 이따금 스치던 손의 차가움,

아무도 울지 않는 이런 날엔 또 모두가 울고

날아간 것은 새들의 아득한 꿈이었을지도

젖어가는 것은 속속들이 빗물이었을지도

유희경시집 오늘 아침 단어(문학과지성사, 2011)에서

 

 

 

유희경.jpg


1980년 서울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졸업

2008<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이다음 봄에 우리는』 등

현대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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